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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겨울호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선용(善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안신영 (책임연구원, 공학박사)

 

‘Don’t be evil’ 은 나쁜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Google의 설립 모토이다. 2018년 4000명 이상의 구글 직원들은 미 국방부와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메이븐 Maven’을 폐지해달라는 서명 운동에 나선 일이 있었다. 메이븐 프로젝트는 구글의 텐서플로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무인 항공기가 수집한 영상 정보를 자동 분석해 타격 목표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로, 구글 직원들은 자사의 AI 기술이 무기개발에 쓰이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구글 경영진은 결국 메이븐 프로젝트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게 된다[1].

디지털, AI 기반의 과학 기술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력이 커져 갈수록 정보통신 기술의 윤리적 선용(善用)에 대한 필요성과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선용이 낳는 긍정적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정보통신 기술의 선용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착한 소비와 정보통신 기술이 만나다.

유럽의 한 시민이 슈퍼마켓에 방문해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본다.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통해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이 앱은 제작 과정에 문제가 없고 친환경적인 제품은 초록색으로, 문제가 있는 제품에는 빨간색으로, 어느 쪽인지 불분명한 제품은 노란색으로  표시1해주기 때문에 80% 이상의 소비자는 같은 가격이면 착한 제품을 사는 일에 비교적 손쉽게 동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의 친환경적, 윤리적 소비를 촉진하는 사회적 현상은 기업의 상품 제작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례로 초콜릿 크림을 만드는 한 유명 외국기업은 불공정 거래를 통한 식자재를 사용함이 드러나 ‘위그린 지속가능성 발자국’의 빨간색 평가를 받게 되어 소비자들의 외면을 경험한 후에 문제 상황을 개선한 바 있다[4].

위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바로 독일의 스타트업 WeGreen이 자리하고 있다. 뜻을 함께하는 400여 개의 각종 비영리단체, 인증기관 등과 함께 협력하여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으로 수 많은 다양한 상품 자료를 한 데 모아, 소비자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뿐만 아니라 환경, 공정무역, 인권 등 지속가능성 측면까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사람의 윤리적 행동은 그가 지닌 도덕적 의지와 실천력에 기반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즉 윤리와 과학 기술이 만나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다면 WeGreen의 행보와 같은 파급력을 갖게 된다. 조직적이고 집단적 형태의 윤리적 행동이 사회의 불공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켜내는 데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과 정보통신 기술이 만나다.

누구에게나 다시 찾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화제를 낳았던 특집 VR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2020.2.6.방영,MBC)에서는 어린 나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딸을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다시 만나보는 한 엄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 순간 시청자들 모두 엄마의 심정이 되어 눈물을 삼키며 딸 아이를 함께 만났다. 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꽃밭에서 뛰어노는 장면은 딸을 잃었던 엄마의 마음 속 간절한 염원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현실과 현실이 만나는 접점에 바로, 가상현실(VR) 기술이 있다.

가상현실(VR)이란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을 말한다. 2016년부터 구글은 익스페디션(Expedition) 서비스를 통해 우주, 해저, 피라미드, 궁전 등 학생들이 가보고 싶은 지역을 가상현실로 옮겨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큐리스코프(Curiscope)라는 IT 벤처는 티셔츠에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을 대면 인체 내부 장기의 모습과 움직임을 생생하게 3D로 보여주는 AR 기반의 신체구조 학습 콘텐츠인 ‘버추얼리티(Virtuali-Tee)’를 개발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하였다[2].

이러한 VR 기술이 인문학 가치 중심 교육과 만나면 어떠한 일이 펼쳐질까? ‘가치’ 교육은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 근대 역사의 가장 큰 사건인 일제의 점령과 한국전쟁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모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2020년대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우리 역사 속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없다. VR 기술을 활용하여 부모님으로부터 역사적 사건을 직접 체험한다면, 학생들은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정신과 통일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VR 기술을 활용한 역사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은 임진왜란 시기의 한산도(閑山島) 앞바다 전투에 나가 이순신의 지휘에 따라 군사가 되어볼 수 있다. 또 1919년 4월 1일 아우내 장터로 들어가 유관순과 함께 태극기 깃발을 흔들며 항일운동에 참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VR과 AR을 활용하여 1950년 6.25. 피란민의 상황으로 이동해보거나 남과 북이 대치하는 공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훌륭한 산(産)교육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통일의 중요성에 대해 서로 진중하게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VR 기술을 통해 활자 속의 역사가 아닌 실재했던 역사의 한 장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다면, 글로 배우고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는 역사 학습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으로 뚜렷이 기억할 수 있는 생생한 역사 교육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가상현실 기술은 흥미와 몰입을 극대화 할 수 있고, 개인맞춤형 교육의 특징을 가지는 ‘스마트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다.

 

복지와 정보통신 기술이 만나다.

2000년 개봉 영화 바이센터니얼 맨(Bicentennial Man)에서의 로봇 주인공 앤드류는 가사 도우미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 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레스토랑에서는 로봇이 음식 주문을 받기도 하고 서빙을 하기도 한다. 어떤 빵집에서는 고객에게 말을 걸며, 시식빵을 권하는 로봇을 만나기도 한다. 그뿐인가?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으로 택배 물품을 배달해주기도 한다. 요즘과 같은 언택트(Untact)시대에는 사람보다 로봇을 대면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과학기술을 의미하는 ‘복지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 확대하고 있다. 최근 복지 기술은 “통신 지원, 보조 기술, 일상생활 지원, 질병 모니터링 및 원격 진료, 재활 기술, 오락, 사회적·감정적 지원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2]. 즉 복지 기술이 과거에는 취약 계층을 보조하기 위한 기술에 머물렀지만 현재에는 사람들이 생산적인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로 설계된 스마트홈은 노인과 장애인들의 이동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일 것이며, 거주자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여 위급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감정형 로봇을 통해 우울증이나 향수병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의료계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우리와 친숙하다. 암환자의 치료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는 왓슨이 의사들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개인의 유전 정보, 건강 이력, 의료기기로 측정한 인체 정보, 헬스케어 정보 등 다양한 의료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결합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복지기술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특별히 신체적, 정신적 부자유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복지의 개념은 단순히 불편함을 소거해주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 하며, 일할 수 있게 하며, 그로 인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만드는 수준까지 닿아야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도입으로 개념화된 ‘복지 기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복지사회, 복지국가로의 실현이 가능해질 것임을 알 수 있다.

 

결론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사전적 의미의 행복이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행복이란 구체적인 우리들의 삶, 생활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심리적, 신체적 위험을 수반한 물리적 환경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가 없다. 타인의 침입이나 해킹이 가능한 상황에서라면,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컴퓨터를 활용해 영화를 본다거나 가족의 추억이 담긴 영상을 편집하는 일 등이 그리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본 고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이 착한 소비와 교육 및 복지를 위해 선하게 사용되었을 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통신 기술이 사회 경제적으로 선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ESG 혁명이 온다’ 김재필(한스미디어) 알기 제4장 위기에 강한 찐 기업 가려내기 187p

[2] ‘대한민국 제4차 산업혁명’ 심진보 외(콘텐츠하다) 95p

[3] https://www.bloter.net 위그린 “빅데이터로 ‘착한 상품’ 알려드려요.” 기사

[4] 명견만리 윤리 기술 교육 중국편, kbs 제작팀(인플루엔셜)

1 이와 같은 평가 결과를 “위그린(Wegreen) 지속가능성 발자국”이라 부른다[3].

2021년 가을호

 

IoT 간사국은 한국이 맡는다 (IoT 간사국 수임 성공전략)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회장)

세계표준의 제정은 3 개의 세계표준기구가 분담하고 있다. 첫째, IEC는 전기, 전자 및 제조업의 세계표준을, 둘째, 세계 200여국의 정보통신부 장관들이 총회에 참가하는 ITU는 통신의 세계표준을, 셋째, ISO는 IEC와 ITU가 책임 맡은 분야 이외의 모든 세계표준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IT 분야의 세계표준 제정에 관해서는 ISO와 IEC의 공동 책임하에 ISO/IEC JTC1에서 책임 맡는 것으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어떤 국가가 ISO기술위원회(ISO/TC), IEC기술위원회(IEC/TC), 또는 ISO/IEC IT기술위원회(ISO/IEC JTC1)의 분과위원회(SC) 간사국으로 선정되게 되면 해당 기술분야의 세계표준 제정에 관한 비전과 목표의 설정, 표준제정 로드맵의 수립, 해당 분과위원회(SC) 의장의 임면, 표준제정 작업그룹의 전문가 구성 등을 주관하게 된다. 간사국 수임을 받게 되면 일반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수십 년간 간사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미래 유망기술 분야에서 간사국을 수임 받아 자국 및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해 나갈 수 있게 하려고 암묵적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ISO/IEC JTC1은 2016년 11월 10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개최한 총회에서 JTC1/SC41(IoT and related technologies)을 신설하고 한국을 IoT 간사국으로 결정하였다. IS 30141(2018) 과 IS 20924(2021) 에서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통신)를 “사물, 사람, 시스템, 정보자원 및 지능형서비스를 서로 연결시키고(identification, sensing, actuation, communication, management, application and service), 현실세계 및 가상세계에서 정보처리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IoT 기술은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스마트빌딩, 디지털농업, 제조업, 지능형운송, 지능형교통, 물류 및 재고관리, 도소매거래, 건강관리, 공공안전, 교육, 환경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현재 IoT 의 스마트 수준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1) 엣지(Edge) 영역(스마트 알고리즘이 탑재된 센서와 액추에이터); (2) 미들웨어 영역(엣지 영역에 내장소프트웨어 및 스마트기능의 제공); (3) 응용소프트웨어 영역(스마트서비스 제공); (4) 네트워크 영역(앞의 (1), (2), (3) 관련 데이터/정보의 교환과 상호연동); (5) 비기능/품질 영역(자료, 정보, 기능, 서비스의 보안성, 안전성 및 신뢰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앞의 (1) ~ (5) 각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중이 작게는 50 퍼센트((1), (4)), 많게는 90 퍼센트((2), (3), (5))를 점하며, 특히 아키텍처, SSPL(Software and Systems Product Line), Big Data Analytics, Cloud Computing 등은 전체 영역에 필요한 요소 기술이다. 따라서 국가 IoT 기술의 성공 여부는 소프트웨어공학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고 하겠다.

독일은 2011년 정부주도(과학기술및교육부)로 Industry 4.0과 제4차산업혁명을 선포하였다. 이미 유럽 전체 제조업의 삼분지 일을 점하고 있는 독일은 IoT 기반의 스마트공장, CPS(cyber-physical system),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의 국가적 역량을 높여서,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독일의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Industry 4.0의 방향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2016년 유럽연합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핀란드, 이태리, 네덜란드 등 유럽 14 개국들이 모두 IoT 기반의 스마트공장과 Industry 4.0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도 가까운 미래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IoT 기반의 스마트공장과 Industry 4.0은 물론이고, 스마트시티, 디지털농업, 지능형운송, 지능형교통, 물류 및 재고관리, 건강관리, 공공안전, 교육, 환경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IoT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이 ISO/IEC JTC1의 IoT 간사국을 수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ISO/IEC JTC1 2015년 베이징 총회에서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을 신청하였으나, 한국, 독일(스마트공장과 제조업 IoT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국(JTC1 2015 총회 개최국) 3 개국이  경합한 결과 과반 수 득표를 하는 나라가 없어서 무산되었다. 그 다음해 ISO/IEC JTC1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총회에서는 한국은 영국과 치열한 경합을 하게 되었다. 다음은 당시 총회 개회일(2016년 11월 7일)부터 총회 종료일(2016년 11월 10일: IoT 간사국 결정일) 기간 중 4일 동안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을 지지하는 P-멤버(의사결정 투표권 보유국) 국가 수를 정리한 표이다.

위의 표는 한국 대표단원 개인별로 각자 친숙도가 높은 P-멤버 국가들에 대해 한국 지지 여부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한국 지지를 설득한 시도를 보여 준다. 18 개국의 P-멤버들이 투표를 하므로 적어도 10 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의 수가 첫 날에는 6 개국, 둘째 날에는 5 개국, 셋째 날에는 4 개국으로 매일 한 국가씩 줄어 가면서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은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은 EU 소속 국가이므로 자연스럽게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고, 특히 과거 영연방 소속 국가들(호주, 인도, 남아프리카 등)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한, 영국 대표단은 영국 정부로부터 반드시 IoT 간사국을 수임해 오라는 지침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이 지지해 주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며, 특히 중국은 1 년 전인 2015년에 한국과 IoT 간사국 수임을 하는데 경쟁 관계에 있었으므로 한국을 지지해 줄 의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IoT 간사국 수임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지렛대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ISO/IEC JTC1의 간사국으로써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은 대미 전략으로, 미국의 역할이 JTC1의 발전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적극 지지하지만 미국이 자국의 국익 중심으로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해 오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을 매우 껄끄럽게 여겨 왔었다. 그런데, 2014년 미국이 JTC1 산하에 Advisory Group(JAG) 신설을 시도할 때 한국이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때, 한국은 JAG 이 JTC1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으며, 미국의 JAG 신설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며 추후에 한국이 꼭 필요할 때 미국도 한국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확약 받아 놓았었다.

캐나다에게는 한국이 IoT 간사국 수임을 받을 경우, JTC1/SC41(2016 JTC1 총회에서 신설될 SC) 의장직을 캐나다가 맡아 줄 것을 제안함으로써 캐나다가 한국을 지지하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간사국은 3 년 임기(연임 가능)의 의장을 각 임기가 종료하는 시점에서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IoT 간사국 수임 당시 한국은 JTC1/SC41 의장직을 수행할 전문성을 갖춘 인적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과 캐나다는 윈윈(win-win) 협력을 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 IoT 리더십을 갖춘 전문 인력을 육성해서 한국이 IoT 간사국과 의장직 수행을 함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시점까지는 캐나다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ISO/IEC JTC1 에서는 간사국 수임 결선투표 시, 각 경쟁국에게 자국의 수임이 왜 타당한지를 발표할 기회를 준 후 P-멤버 국가들이 수임국 결정을 위한 투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한국의 간사국 수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의 당위성 설명 직후 바로 미국과 캐나다가 한국에 대한 수임 지지 발언을 하도록 준비하였다. 이 전략이 주효해서, 다른 P-멤버 국가들의 미국과 캐나다 따라 하기 지지발언으로 연이어 지게 되어, 11 개국이 한국을 지지하게 됨으로써, 반대하는 국가 없이 만장일치로 한국이 IoT 간사국을 수임하게 되었다. 만장일치 결정 후 영국 정부와 영국 대표단은 JTC1 이 자국에게는 발표 기회도 주지 않고 IoT 수임국을 결정했다고 여러 차례 강력히 항의하였으나, 미국은 한국과의 약속을 신사답게 이행해 주었다.

한국이 IoT 간사국을 수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기술 동향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해 가면서 미국과 같은 IT 강국에 주눅 들지 않고 대등하게 맞설 것은 맞서고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IT 강국들과 협력하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을 위해 힘을 모아 지혜롭게 노력해 주신 한국 JTC1 대표단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한국이 IoT 간사국으로서, IoT 간사국 수임 시 목표한 대로 세계 IoT 표준제정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향후 한국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하길 고대한다.

<TTA, ICT 국제 표준화 멘토링 프로그램 기고문, 2021년 8월>

 

 

2021년 여름호

 

유연휘발유 – 어느 엔지니어의 불행한 발명품

강성원(KAIST 교수)

미국에서 차를 몰아 본 사람들 중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때 무연 (Leaded) 휘발유와 유연(Unleaded) 휘발유가 있는데 항상 무연 휘발유만 넣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이들은 항상 무연휘발유만 넣는데 왜 무연 휘발유와 유연 휘발유 두 개의 주유기가 있는지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유연휘발유는 자동차 엔진에서 노킹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연료로 미국에서 1920년대부터 사용되었는데,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청정대기법에 의해 미국의 모든 주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금지된 이유는 납성분이 들어 있는 자동차 연료는 연료가 연소되어 대기로 나갈 때 인체에 해로운 성분인 납이 같이 대기로 나가기 때문이다. 납성분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낮은 IQ, 과잉활동장애, 행동장애, 학습능력저하 그리고 심지어 폭력성까지를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1990년대부터 범죄율과 자살률이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낮아진 비율의 56% 이상이 청정대기법에 의해 유연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게 된대서 비롯된다고 한다.[1]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인체에 유해한 유연휴발유의 사용이 1970년대가 되어서야 금지되었다는 점은 놀랍다. 납의 유해성은 이미 로마시대 자료부터 나오고, 자동차로 인하여 대기로 나가는 납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이 오래 전부터 지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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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GM의 엔지니어 Thomas Midgley Jr.는 휘발유에 첨가하여 자동차의 노킹 현상을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납 첨가제 TEL[3]를 발명하였다. 노킹을 일으키지 않는 연료로 에틸알코올이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지만, 에틸알코올의 경우GM이 특허권을 가질 수 없었고 석유회사들도 좋아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1923년 2월에는 주유소에서 유연휴발유를 팔기 시작했다. 1923년 4월에는 유연휘발유의 생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GM과 Standard Oil(현재의 ExxonMobil)이 Midgley를 부회장으로Ethyl Gasoline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이 회사 사람들은 유연휘발유를 “신의 선물”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러나 그 첨가제는 1922년에 이미 “달콤한 냄새가 나고, 높은 독성이 있어서 피부를 통해 흡수될 경우 거의 즉시 납중독을 일으키는 무색의 액체”로 알려 져 있었다.[4] 뿐만 아니라 Ethyl Gasoline 회사의 TEL제조과정중에 여러 명이 납중독 걸리고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Midgley는 그 첨가제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1924년 10월 한 기자회견 장소에서 납성분이 들어간 휘발유 첨가제로 손을 씻고 일 분간 냄새를 맡는 쇼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 전 해에 납중독에 걸려 플로리다 주에서 여러 달 보내면서 납중독을 치료했었다.[5]

*          *

그런 가운데 인간적 양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과학자들은 유연휴발유의 유해성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보이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였다. 일찍이 1926년에 Alice Hamilton[6]은 납의 위험에 대하여 경고하였다. 1965년에 와서는 Patterson은 엄밀한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에 사람들의 체내 납수치는 100배, 대기 중의 납의 양은 1000배 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 당시의 대표적인 납의 유해성 연구 전문가인 Kehoe의 “유연휴발유가 인체에 해로운 증거를 30년동안 찾아왔지만, 아직까지 발견된 것이 없었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무너뜨렸다. 이러한 양심적인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노력 덕분에 마침내 1986년부터는 미국 내에서 더 이상 유연휴발유를 자동차에 넣지 못하게 되었다.[7] 그 결과 1978년부터 1991년 사이에 미국인 1세부터 74세까지의 미국인의 혈중 납수치가 78% 감소하였다. 현재 미국에서의 안전한 혈중 납수치를 10 mcg/dl으로 보는데 콜롬버스가 미국을 발견하기 전에 북미대륙에 살던 원주민들의 혈중 납수치가 이의 625분의 1정도였다니 현대 인류가 얼마나 많은 양의 납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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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gely는 유연휴발유를 발명했을 뿐 아니라, 1930년에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된 프레온을 발명한 뛰어난 엔지니어였다. 그는 그러나 여러 차례 중요한 시점에, 공통체의 이익 보다는 자신이 속한 소수 그룹의 이익을 우선하는 판단을 하였고 자신의 판단을 옹호하기 위해 상식과 논리에 맞는 주장을 하는 대신 궤변에 가까운 주장과 속임수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Midgely가 양심적인 사람이었고 사회를 생각하는 엔지니어였다면 수십 년에 걸쳐 방치되었던 이 잘못을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Midgely와 이익을 같이 하는 집단은 TEL이 무해하다는 입증을 자신들이 하려하지 않았다. TEL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많은 정황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TEL이 유해하다는 입증의 책임을 오히려 TEL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Kitman에 따르면 그들은 이런 논리로 TEL을 팔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같은 논리는 현재까지도 소수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여 공통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유해 상품을 파는데 이용되고 있다. 제품의 무해성의 입증 책임이 생산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유해성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논리이다. 유연휘발유에 대한 이러한 궤변의 여파로 6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납 피해자가 되었다.

근래에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V사가 자사 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우라나라 기준에 미달하자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하여 인증심사를 통과하려 다 수백억 원의 벌금을 선고 받은 사건이 있었다.[8]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N회사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에 유리하도록 자사 제품들을 경쟁사 제품들보다 검색 결과의 상단에 오도록 하여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사건[9]도 있었다. 소프트웨어로 각종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들의 회사, 동료 그리고 자기 자신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서 인간적 양심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임하는지 항상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1] https://www.bbc.com/news/business-40593353

[2] https://www.greencarcongress.com/2015/03/20150308-illimani.html

[3] TetraEthyl Lead

[4] James L. Kitman, Nation 2000. https://www.thenation.com/article/archive/secret-history-lead/

[5] https://en.wikipedia.org/wiki/Thomas_Midgley_Jr.

[6] https://www.bbc.com/news/business-40593353

[7] 우리나라는 1987년 7월부터 무연 휘발유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1993년 1월부터 유연 휘발유의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8] https://news.joins.com/article/20187452

[9]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06/2020100601402.html

2021년 봄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우리나라의 법제도 현황

김휘식 (변호사), 이선아 (경상대학교 교수)

인공지능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핵심기술 중의 하나로서, 상상을 뛰어 넘는 많은 가능성의 문을 우리에게 열어 주는 한편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친구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에 이어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적 표현으로 논란이 되다가 개인정보 활용 동의의 범위 초과,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까지 확대되면서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다. 유사한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챗봇 ‘Tay’가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아마존의 인공지능 채용시스템이 성차별로 인하여 폐기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 윤리적 차원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함을 보여 준다.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는 2019년 12월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였다. 해당 인공지능 국가전략은 ‘IT 강국을 넘어 인공지능 강국으로’라는 비전으로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과제를 제시하였다1[2]. 1년 후인 2020년 12월에는 인공지능 국가전략 1주년 주요 성과[3]와 함께 인공지능 법제도 정비 로드맵을 발표하고 인공지능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30개의 주요 과제를 제시하였다[8]. 이 소고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있어 기존의 법제도 정비의 현황과 향후 계획으로 인공지능 법⋅제도⋅규제 정비 로드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관련 법제도 정비와 관련하여서는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 및 ⌜지능정보화 기본법⌟의 전부 개정이 있었다. 우선 이러한 기존 법제도 정비의 내용이 무엇인지 ⌜개인정보 보호법⌟과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2020년에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시행 2020. 8. 5.)은 제 1조(목적)에서 개인정보의 처리 등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제 2조(정의)에서 해당 법 관련 각 용어의 뜻을 정의하는데, 이 때 “개인정보”는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또한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 이 때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가명정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가명정보”는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ㆍ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말하며, “가명처리”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가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의 2020년 2월 4일 개정에서는 가명 정보의 개념을 도입하고(제2조 제1호, 제1호의2),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하여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28조의2). 또한 가명정보의 결합제한, 안전조치의무, 금지의무, 과징금, 이에 대한 벌칙,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였다(제28조의3 내지 7, 제71조, 제73조, 제75조). 그리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당초 수집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에서 정보주체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여부,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제15조 제3항, 제17조 제4항). 위와 같은 신설 조항들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 처리의 폭을 넓힌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활용과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개인정보의 접근이 필연적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0년에 전부 개정된 ⌜지능정보화 기본법⌟(시행 2020. 12. 10.)은 종래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지능정보화 혁명에 맞추어 변경한 것이다. 해당 법의 제 1조(목적)을 보면 지능정보사회의 구현에 이바지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제 2조(정의)에서 보면 지능정보기술은 다음의 각 기술, 결함 및 활용 기술을 뜻한다. 먼저 전자적 방법으로 학습ㆍ추론ㆍ판단 등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다음 데이터(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을 말한다)를 전자적 방법으로 수집ㆍ분석ㆍ가공 등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리고 물건 상호간 또는 사람과 물건 사이에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물건을 이용ㆍ제어 또는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및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말한다. 추가로 무선 또는 유ㆍ무선이 결합된 초연결지능정보통신기반 기술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을 말한다고 한다.

⌜지능정보화 기본법⌟의 2020년 6월 9일 전부개정에서는 지능정보기술의 지속적 발전을 위하여 국ㆍ공립 연구기관 등에 의한 지능정보기술의 개발(제20조) 등을 신설하였으며, 누구든지 지능정보기술 등을 개발ㆍ제공ㆍ활용할 수 있고 정부는 지능정보기술 등을 개발ㆍ제공ㆍ활용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 등에 한정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제개선(제30조)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초연결지능정보통신기반 시책 마련, 국가지능망 관리, 초연결지능연구개발망의 구축ㆍ관리, 초연결지능정보통신망의 상호연동,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운영 활성화, 인터넷주소자원의 이용, 데이터의 유통ㆍ활용 등 지능정보화 기반 구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제34조 내지 제43조).

다음으로 향후 계획으로의 인공지능 법⋅제도⋅규제 정비 로드맵을 살펴본다. 인공지능 법⋅제도⋅규제 정비 로드맵은 주요 추진과제로 데이터 경제 기반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기본법 제정, 자동결정에 대한 설명요구권 및 이의제기권, 데이터마이닝을 위한 저작물 이용 허용, 데이터의 독점 및 부당한 이용행위 규율 등을 선정하였고, 알고리즘의 불투명성과 편향성 극복을 위해 자율규제와 평가 및 검증 체계 마련,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공개기준 마련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법인격 및 책임 체계 정립을 위하여 인공지능 창작물의 권리관계 정립과 인공지능 법인격 부여방안 정립, 인공지능에 의한 계약의 효력 명확화, 인공지능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방안 마련, 인공지능이 개입된 범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 마련을 요구하였고, 인공지능 윤리기준 정립을 주문하였다 [4].

또한 최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고, 해당 기준에서는 인간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을 3대 기본원칙으로 제시하고, 10대 핵심요건을 인권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인간)침해금지, 공공성, 연대성, 데이터 관리, 책임성, 연대성, 투명성으로 정하였다 [5].

인공지능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에게 편리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인간의 영역을 대체해 나가면서 기존의 인간 중심의 체계를 뒤흔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인공지능을 법에서의 권리⋅의무 주체로 볼 수 있는지부터 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의 문제 그리고 민사법, 형사법, 지적재산권법, 노동법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의 법적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1].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폐해를 주지 않고 인간 활동에 도움을 주는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인공지능의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필요한 규율을 주는 법제도의 확립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 참고문헌 [2]에서 3대 분야와 9대 전략은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인프라 확충, 기술경쟁력 확보, 규제혁신 및 법제도 정비, 스타트업 육성),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인재양성 및 교육, 산업전반의 활용, 디지털정부 구현), 사람중심의 인공지능 구현(일자리 안전망 확충, 역기능 방지 및 윤리체계 마련)이다,

참고문헌

[1] 한국인공지능법학회(편), ⌜인공지능과 법⌟, 박영사, 2019.

[2] 관계부처 합동, 인공지능 국가전략, 2019. 12.

[3] 관계부처 합동, ⌜인공지능 국가전략⌟ 1주년 주요 성과 및 향후 계획, 제19차 4차산업혁명위원회 보고안건 제1호, 2020. 12. 23.

[4] 관계부처 합동, 인공지능 법제도·규제 정비 로드맵,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2020. 12. 24.

[5] 관계부처 합동,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AI) 윤리기준⌟, 제19차 4차산업혁명위원회 보고안건 제2호, 2020. 12. 23.

[6] 개인정보보호법, 국가법령정보센터, 2021년 3월 3일 접속, http://www.law.go.kr/법령/개인정보%20보호법

[7] 지능정보화기본법, 국가법령정보센터, 2021년 3월 3일 접속, http://www.law.go.kr/법령/지능정보화기본법

[8] 강도현 인공지능기반 정책관, 인공지능 법제도 정비 로드맵 발표, 2020. 12.2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BriefingView.do?newsId=156429051

 

 

2020년 겨울호

 오픈소스를 통한 글로벌 개발자 양성 및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개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손석호 (선임연구원/오픈소스전문위원, 공학박사)

본 기고에서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개발자 양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현황

바야흐로 오픈소스 전성시대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 중이며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GitHub는 Git 기반의 소스 코드 저장소를 호스팅하고 개발 협업 도구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오늘날 많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GitHub를 통해서 개발되고 있다. 2021년 현재, GitHub에는 5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가입되어 있으며, 2억 개가 넘는 저장소가 등록되어 있다[1, 2]. 2억 개의 저장소는 2010년에 비해 약 200배 증가한 것으로[3], 지난 10년간 오픈소스의 엄청난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의 핵심으로 이야기되는 ICT 분야의 대표적 소프트웨어들(클라우드는 Kubernetes, 머신러닝은 TensorFlow, 블록체인은 Bitcoin 등)이 오픈소스로 개발된 것을 보면, 이미 오픈소스가 최신 기술을 구현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조직적인 체계 구축 및 기여 활성화를 통해 거대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거대 기업에 필적한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쿠버네티스(Kubernetes)의 기여자는 4만 명이 넘고[4], 머신러닝 플랫폼인 텐서플로우(TensorFlow)의 기여자도 1,800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이러한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은 다양한 기여자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 및 운영하고 있다. 쿠버네티스 커뮤니티의 경우, 위원회(Committees)를 구성하여 운영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 및 의결하고 있으며, SIG(Special Interest Group)라는 24개의 활동 그룹을 구성하여 특정 주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운영 및 기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6]. 쿠버네티스는 기능 개발을 위한 SIG 뿐만 아니라, 문서화, 기능 테스트, 보안, 소스 코드 릴리스 등에 관련된 SIG도 운영하여, 체계적으로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주요 기여자에게 소스 코드의 검토와 승인 권한을 부여하여 제안된 모든 소스 코드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하였다. 쿠버네티스는 이렇게 간결한 조직 및 협업 체계를 통해서도 상용 수준의 소프트웨어로 인정받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7]. 그 밖에도, 쿠버네티스 커뮤니티는 컨퍼런스, 밋업(meetup), 온라인 세미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기여자 및 전문가들의 활동을 세상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금은 쿠버네티스에 기여하는 개발자 뿐만 아니라, 활용하는 기업 및 담당자도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커뮤니티는 기여의 형태와 규모, 협업을 위한 조직 체계, 소프트웨어의 품질, 커뮤니티 활성화 방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성장 및 고도화를 이루었다. 앞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며, 다양한 최신 기술들이 오픈소스를 통해 개발될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들에게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기업 및 국가의 경계를 뛰어 넘는 활동의 무대가 될 뿐만 아니라 최신 기술 습득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될 것이다.

오픈소스 활동을 통한 개발 역량 향상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프로그래밍 능력뿐만 아니라,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개발자는 일반적으로 소속된 기업이나 기관을 통해서 이러한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모든 개발자들이 좋은 기업에 입사하여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을 수는 없으며,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기는 더 쉽지 않다. 반면,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개방되어 있고 기여를 환영하므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은 개방된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와 협업 문화를 구축하여 성공적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로, 오픈소스 기여자는 개발 워크플로우와 코딩 컨벤션 등의 좋은 협업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공개된 협업을 위해서 개발 워크플로우를 표준화하여 제공한다. 표준화된 개발 워크플로우에 익숙해지면 Git 등의 코드 버전 관리 시스템과 다양한 자동화 도구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며 협업에도 능숙해질 수 있다. 오픈소스에서 소스 코드의 제안은 리뷰 및 수정 과정을 면밀히 거치게 된다. 리뷰어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이므로, 리뷰 및 수정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코딩 컨벤션 등에 대한 학습 효과가 일어난다. 또한 개발자가 리뷰어 권한을 가지게 되면 다양한 기여자의 코드를 검토하게 되므로, 협업을 위한 표준적인 코드를 체득하고 스스로의 코딩 역량도 향상시킬 수 있다.

두번째로, 오픈소스 기여자는 소프트웨어 문서화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오픈소스에서는 기여자가 개발한 코드의 목적과 동작 방식 등을 리뷰어 및 승인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의사소통은 주로 글을 통해 이뤄지므로, 오픈소스 개발에 익숙해지면 문서화 능력이 자연스레 향상될 수 있다. 또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문서 자동화 도구들을 활용해보면, 문서화가 생각보다 쉽고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Swagger[8]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소스 코드의 주석을 통해 API 문서를 쉽게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기여자는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Code of Conduct)[9]을 준수하며 여러 국가의 사람들과 대화하게 되므로, 글로벌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견 없이 상호 존중하는 소통 방식도 체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 기여자는 오픈소스 활동을 글로벌 기업에 참여하기 위한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작은 기여부터 시작하여 책임지고 완수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글로벌 기업에 리쿠르팅 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최근 리눅스 재단에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 2020 Open Source Jobs Report[10]를 보면, 채용 담당 응답자 81%가 오픈소스 전문가 채용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향후 6개월 이내에 오픈소스 전문가 채용을 늘릴 예정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오픈소스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개발자들도 오픈소스 활동을 통해 글로벌 기업에 참여 기회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오픈소스 활동의 개발 문화 개선 효과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문화를 경험하고 글로벌 개발 표준을 따르는 개발자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의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오픈소스 활동은 수직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개선할 것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개발 문화는 권위적이지 않다. 절차만 준수한다면 그 종류와 크기에 무관하게 어떠한 기여도 환영 받을 수 있으며 가치 있게 여겨진다. 기여에 관련된 모든 제안과 논의는 상시 기록 및 공개되기 때문에, 관리자라 하더라도 합리적이지 않은 의견을 독선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아직도 상명하달식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러한 문화는 자발적인 아이디어 제시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 앞으로 오픈소스 활동을 하는 개발자들과 관리자들이 기업 내에 많아질수록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가 정착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개발자가 많아지면 소프트웨어의 문서화를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소스 활동을 경험한 개발자들은, 문서를 통하면 기록 및 공유가 쉽고 더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문서화를 통한 협업 방식을 주변에도 장려하게 될 것이며, 편리한 문서화를 위한 다양한 자동화 도구도 도입할 것이다. 개발자들이 문서를 통해 논의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불필요한 논쟁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 활동은 효과적인 회의 문화 정착에 일조할 것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므로 개방성과 효율성을 중시한다. 특히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회의는,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 회의 이전에 공동으로 명확한 안건을 설정하고, 회의록을 작성하여 토론 내용과 결정을 명확히 기록한다. 또한 기여자들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 토론에 대한 완급을 조절하고 작은 이슈에 대한 논쟁으로 회의가 늘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모든 회의록과 회의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회의에서도 상호 존중과 합리적인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회의 문화도 우리나라 개발 문화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오픈소스 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픈소스 활동은 글로벌 개발자 양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픈소스 프로젝트 및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개발자가 많지는 않은 실정이다. 그 현실적인 이유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픈소스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주요 진입 장벽으로는 Git와 같은 협업 개발 시스템의 사용의 어려움, 기여 워크플로우에 대한 개념 이해의 어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다. 오픈소스 기여를 위한 기본적인 개념과 방법들은 교육을 통해 일부 해소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기여 활동까지 이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오픈소스 활동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에 오픈소스 기여 활동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본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와 기업은 국내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커뮤니티를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기여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가 글로벌 오픈소스에 먼저 참여하게 되면,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활동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친근하고 접근성이 높은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태생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및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Cloud-Barista와 같은 다양한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11]. 이러한 오픈소스에는 국내 개발진이 많이 참여하므로 활용 및 기여 과정에서 한국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 오픈소스 활동을 시작하는 개발자들은 국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여 방법도 익히고, 앞으로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미리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업들은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에서는 오픈소스 활동을 업무 이외의 활동으로 여긴다. 오픈소스 활동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되므로, 업무로 인정받지 못하면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기업의 경우 오픈소스 활동을 업무의 범위로 대하고 또 장려하여, 오픈소스 기여 활동을 기업의 기술력 향상 및 홍보에 활용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오픈소스 가치를 인정하고 활동을 장려한다면,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개선뿐만 아니라 기술력 향상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 활동을 통해 성장한 전문가들의 경험이 다시 공유될 수 있도록 돕고,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새로운 오픈소스 전문가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어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기업 및 국가의 경계를 뛰어 넘어 최신 기술과 개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다양한 오픈소스 활동 장려 방안을 통해 우수한 개발자들이 많이 양성되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개선뿐 아니라 기술력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강국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GitHub 검색(사용자)”, https://github.com/search?q=type:user&type=Users

[2] “GitHub 검색(저장소)”, https://github.com/search

[3] “One Million Repositories”, https://github.blog/2010-07-25-one-million-repositories

[4] “How Kubernetes contributors are building a better communication process”, https://kubernetes.io/blog/2020/04/21/contributor-communication

[5] “Contributing To TensorFlow: SIGs, RFCs, Testing, and Docs”, https://medium.com/tensorflow/contributing-to-tensorflow-sigs-rfcs-testing-and-docs-1c0f8240166c

[6] “Kubernetes Community Groups”, https://github.com/kubernetes/community/blob/master/sig-list.md

[7] “내년 클라우드 시장은 쿠버네티스가 대세”, https://zdnet.co.kr/view/?no=20181218134731

[8] “Swagger API Documentation”, https://swagger.io

[9] “Contributor Covenant”, https://www.contributor-covenant.org

[10] “2020 Open Source Jobs Report”, https://training.linuxfoundation.org/resources/2020-open-source-jobs-report

[11] “ETRI, 오픈소스 테크데이 개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관련 핵심 연구성과 전면 공개한다”, http://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8446

2020년 가을호

 김익환을 기다리며

강성원(KAIST 교수)

2001년부터 18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고언(苦言)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ABCTech 김익환 대표 2019년부터는 활동 기반을 실리콘밸리로 옮겼다김대표가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리라 예상하지만지난 18년과 같이 우리나라에서의 소프트웨어 개발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대하고 은 조언을 생생하게 해 주기는 힘들 것이다이런 김대표의 공백기를 맞아그가 소프트웨어와 사회에 대하여 특히 어떤 점을 지적하고 사람들을 일깨우려 하였는지를 짚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                  *

김대표는 “사회라는 단어보다는 “우리나라의 문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문화를 주로 언급하였다문화란 결국 사회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동양문화, 불교문화 등과 같은 표현을 쓸 때 동일한 문화권을 그 문화권의 사회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화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 그의 생각을 되새겨 봄으로써 소프트웨어와 사회에 대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문화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미친 영향으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1] 무형의 가치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 . . [한다.] ” “자동차나 냉장고 같은 하드웨어는 제값을 받고 파는  문제없지만소프트웨어는  가치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번 만들어 놓으면 . . . 복사만 하며 사용할  있기 때문에  내고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는 것을 아까워한다하물며 그냥 대화만 하면서 자문을 해주는 것에는 돈을 지불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2] 

내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보면 다른 회사를 갔다가 다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로 돌아오는 경우가 반이 넘는다. 어떤 친구는 두세 번씩이나 왔다 갔다 한 친구도 있다. 자기 고향처럼 심심하면 돌아온다회사를 떠난다고 해서 배신했다거나 하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회사 저 회사 왔다 갔다 하면서 얻는 정보의 신속한 교류가 미국 IT산업의 발전요소이기도 하다한국에서는 퇴사한다고 하면 회사는 일단  퇴직자를 배신자로 취급한다.[3] 

*                  *

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는 사회의 구성원들 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산업의 가치 기준이나 산업 경쟁력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김대표가 소프트웨어 개발 공통체의 문제점들로 특히 지적한 공유의식의 부재, 상급자의 권위의식과 엘리트 카르텔의 폐해에 주목해 보기로 한다.  

첫째로 공유의식의 부재인데, 공유의식이란 사회조직혹은 집단의 구성원이 어떤 것을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이다소프트웨어 개발은 개발자들의 협력에 의해서만 성공할  있기 때문에 공유의식은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사항이다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중요한 이와 관련된 한 측면이 소프트웨어 문서화(documentation)이다. 김대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문서화가 잘 안 되는 이유의 하나가 개발자들의 공유의식이 약한데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문서를 쓰기 좋아하는 개발자는 거의 없다하지만 문서 대신 말로 전달하라고 하면 [많은 한국의 개발자들은] 시간을 내기도 싫어한다문서나 말이 문제가 아니라 공유하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만약 필자가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절대적인 미션이 주어졌다면 필자는 아마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다말은 여러 명에게 반복해서 전달해야 하지만 문서는 한번만 작성하면 끝이기 때문이다문서를 쓰기 싫다는 것은 말을 하는 것도 싫다는 것이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4] 

둘째로 상급자의 권위의식인데, 이는 우리 나라 도처의 조직에서 찾아   있는 현상으로상급자가 과도하게 하급자를 관리하고[5] 때로는 자신의 무지로 때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하여 불필요한 일을 만들고 시키는 것이다.   

“. . .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제품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제품이  되었다니까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 . . 사장님이 와서 보고는  부분이 마음에  드니 고치라고 한다휴대폰과 같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포털패키지 프로그램  마찬가지다그러면 회사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 [개발자는고쳐야 한다. . . . 마치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상급자는] 생각하는지 자기 의견을 내놓는다그리고  의견은 대부분 요청이 된다.   다음부터 벌어지는 지옥 같은 상황을 개발자라면  알겠지만 요청하는 사람은 인식하지 못한다이런 행동이 기업과 그 구성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상황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심각성을 평생 모르고 사는 경영진이 대부분일 것이다. . . . “[6]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격무, 소프트웨어 품질의 저하, 심지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부서나 회사를 떠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을 점차 약화시키게 된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전문 경영자가 아닌 재벌 총수나 기업 대표들에 의 그릇된 지도나 부적절한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스컴을 통하여 적지 않게 보도되는 것을 볼 수 있다소프트웨어 개발의 역사가 짧고 소프트웨어 기술과 교육이 빠르게 발전하여, 경험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적은데 비해 젊은 인력이 더 많은 교육 훈련의 기회를 갖는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상급자의 권위의식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상대적 몰이해로 인해 불 필요한 일이 만들어 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세째로 엘리트 카르텔의 폐해인데, 이에 대해서 김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 콜게이트대학 정치학과의 마이클 존스턴 교수는 각국의 부패 현상을 네 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다. ‘도재형족벌체제형엘리트 카르텔[7]로비 시장형 그것이다그는 우리나라를 엘리트 카르텔형의 대표 국가로 꼽았다.  . . .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개발자나 소비자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너서클(Inner Circle, 소수의 핵심권력집단)이라고   있는 대기업교수국회정부언론과 같은 엘리트 계층의 이익을 위해 많은 정책이 결정되어 왔다무지한 대중들은 엘리트 권력의 이너서클에 이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  국내 보안이나 금융권의 IT 기술이 독특하게 진화해  것도 엘리트 카르텔의 이익 때문이다.[8] 

여기서 그가 말하는 독특한 진화는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다수의 소비자와 산업 및 서비스 경쟁력을 희생시키는 큰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9] 엘리트 카르텔의 폐해는 소프트웨어 개발 공동체만 겪는 것은 아니다김대표는 엘리트 카르텔에 의해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금융위기 때의 미국의 금융엘리트들의 행태를 예로 들었다많은 미국 국민이  재정적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월가(Wall Street) 금융엘리트들은 거액의 보너스를 받았다.[10]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오랜 기간 미국 행정부의 인재 파이프라인으로 자리 잡아 “Government Sachs”라고도 불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른 예로 미국의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있다.[11] 미국의 국방분야와 국방산업의 관계자들의 엘리트 카르텔 미국의 국제정치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분야에 이런 엘리트 카르텔이 존재하여 그로 인해 일반인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

김익환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문가로서 이 분야에서 발견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로, 공유 의식의 부재상급자의 권위의식, 그리고 엘리트 카르텔의 폐해를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앞에서 여러 관련 예가 보여주듯이 문화적인 현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사회 전체의 문화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 어느 한 전문화된 분야에서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물론 쉽지 않지만, 사회 전체의 문화가 바뀌는 것보다는 훨씬 쉬울 것이다. 또한 한 분야에서의 문화적 변화가 생산성의 향상, 제품 품질의 향상과 구성원의 행복의 증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 변화는 사회의 다른 부분까지 들불처럼 번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 공동체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또한 김익환 대표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공통체의 발전을 위해 많은 충정 어린 고언을 했던 것처럼 이제 그의 역할을 해 줄 제 2, 제3의 김익환이 기다려 진다.   

 

참고문헌

[1] 김익환,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 미래의 창, 2003.
[2] 김익환,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말하다, 한빛미디어, 2014.
[3] 김익환,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 한빛미디어, 2010.
[4] 김인성, 한국 IT 산업의 멸망, 북하우스, 2011.
[5]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현대사 I들녁, 2012.
[6]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현대사 II들녁, 2012. 


[1] “[ ]” 안의 표현은 독자가 문맥상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필자가 넣은 표현이다.
[2] [1] p.104.
[3] [1] pp.144-145.
[4] [2] pp. 238-239.
[5] micro-management
[6] [3] pp. 212-213.
[7] 카르텔원래의 뜻은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을 피하여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생산량·판로 등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되는 독점 형태”를 말한다.  
[8] [2] pp. 88-89.
[9] 우리나라의 IT업계의 구체적인 사례를 예를 들어 김인성씨의 책 [4] 제 2장에서 읽을 수 있다
[10] [5] pp.363-369 참조
[11] [6] pp.477-478 참조

2020년 여름호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성공 요인

손영성(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1]로 정의하고 있고, 유럽 위원회[1]의 경우에는 “물리적, 디지털 및 생물학적 영역간의 차이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가상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s)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로보틱스, 인공지능에 기반한 시스템 및 적층제조[2]를 통합”[3]하는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2].

4차 산업혁명은 세상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요소 소프트웨어 기술의 하나인 인공지능 기술만을 보더라도 이 기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가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빠른 속도로 대신해 가고 있고, 바둑과 같은 게임부터 영상 인식, 음성 인식, 뉴스 기사 작성, 외국어 번역, 음악 생성, 실시간 오류 탐지, 금융 거래 사기 탐지 등의 경우와 같이   사회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가 소프트웨어로 실현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요소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상호 연결되어 플랫폼화 되고 이는 다시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여 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보안, 물류, 제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며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들이 성장하고 있다.[3,4,5].

이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술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여 주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그  효율성이 입증되고 있으나, 이 기술들이 실제 산업에 적용되지 못하고 실험적인 소규모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효과적으로 산업에 사용될 수 있어야 되는데, 신기술들은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소프트웨어 운영 비용을 발생시켜 기술만 가지고는 생산성 향상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따라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이 새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산업혁명의 역사를 되돌아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증기기관이 그 당시 신기술이었던 것을 맞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실현되기 위해서는 증기기관만의 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를 이용하여 실제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 관리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실제로 산업혁명 초창기에 매튜 볼튼(Mattew Boulton)은 당시 혁신적 발명품인 증기기관의 적용만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공장의 부지 선정과 내부 구조 설계를 비롯하여 제품 원료 및 재료의 수급 계획 등 현대 공장에서 필수적인 사항들에 대해 컨설팅을 하면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였는데, 그는 1776년  증기기관의 발명자로 알려진 제임스 와트(James Watt)와 함께 볼튼앤드와트(Boulton and Watt) 회사를 설립하고 방적 공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였다. 기존 방적 공장에 추가 비용 없이 증기기관 엔진을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추가 생산된 매출을 비율로 라이선스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증기기관을 보급하였다. 이렇게 볼튼은 영국의 방적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하여 산업혁명이 실현되는데 기여하였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요소 소프트웨어 기술의 개발에만 치중해서는 안되고, 이 기술들의 사용으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환경 구축과 운영 관리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다음 사항들을 반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신속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확보가 필요하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의 기술들을 망라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산업과 비즈니스의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에 수집하고 빅데이터 학습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 기술들은 결합되어 사용되어야 기술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특히, 제3자(The Third Party) 개발사들은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기보다는, 오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활용함으로써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동시에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이점을 누리면서도 짧은 시간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5].

둘째, 데이터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의 경우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데이터의 지속적인 확장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구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투명하고 확장 가능한 데이터 관리 방법 및 개인정보 보장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는 관리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6].

셋째, 인공지능 기술의 적극적 사용이 필요하다.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당장 인공지능 기반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개발 도구를 만들어 자동 완성, 오류 검출, 보안 강화, 예측 코드 생성 등에  활용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7,8,9]. 이런 대표적 최신 사례로, Google의 인공지능 모델을 자동 생성하는 AutoML 기술과 OpenAI 연구팀에서 공개한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자동 생성하는 GPT-3 자연어 코드생성 도구가 있다.

넷째, 혁신 사례 도출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의 축적, 가정과 검증의 분명한 적용, 그리고 생산성 향상이 뚜렷한 구체적인 성공 사례들을 여러 응용 도메인에서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당 응용 도메인의 핵심 메커니즘을 소프트웨어 사이클로 추상하여 재구성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10].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4개의 요인을 살펴보았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전환에서 과거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갔던 경험도 있고 또한 변화의 수용과 근면성에서 뛰어난 국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잘 달성하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고자료
1. https://www.4th-ir.go.kr/4ir/list
2. https://ec.europa.eu/digital-single-market/en/fourth-industrial-revolution
3. IITP 주간기술동향 2018,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https://www.itfind.or.kr/publication/regular/weeklytrend/weekly/view.do?boardParam1=7458&boardParam2=7458
4. G경제연구원 2015, 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 http://www.lgeri.com/report/view.do?idx=19227
5. G경제연구원 2015, 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 http://www.lgeri.com/report/view.do?idx=19227
6. LG경제연구원 2018,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 http://www.lgeri.com/report/view.do?idx=19362
7. 박태웅, 아이뉴스 2020,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공개의 제1원칙 – http://www.inews24.com/view/1263751
8. Maria Korolov CIOKorea 2019, 과격한 혁명이 다가온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불어오는 AI 바람 – http://www.ciokorea.com/news/122475
9. Serdar Yegulalp CIO Korea 2019, AI ‘소프트웨어’ 말고 AI ‘개발툴’ –  http://www.ciokorea.com/news/127016
10.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개발 모두를 먹어 치울까? – https://brunch.co.kr/@synabreu/18
11. 손예술 ZDNET 2019, 신한은행 “비싼 시스템보다 데이터 쓰는 문화가 중요” – https://m.zdnet.co.kr/news_view.asp?article_id=20190509123556


[1] European Commission
[2] 3D 프린팅.
[3] ”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ims to leverage differences between the physical, digital, and biological sphere. It integrates cyber-physical systems and the Internet of Things, big data and cloud computing, robotics, artificial-intelligence based systems and additive manufacturing.”

2020년 봄호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생각하며

이선아 (경상대학교 교수)

2019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 소프트웨어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에5천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1]. 약 44대 1의 경쟁률이다 [2].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42서울’로 프랑스의 ‘에꼴 42’를 참조하여 명명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개월 집중교육 후 최종 선정된 교육생들이 2년간 게임요소를 적용한 단계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집중교육을 ‘수영장’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물에서 살아나온 사람만 합격시키기 때문이다 [3]. 이 교육 프로그램이 ‘에꼴 42’만큼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한편, 프랑스가 창의적으로 ‘에꼴 42’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국도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어떻게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양성할 수 있을까?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의 큰 하나의 우려는 ‘갈라파고스화(化)’이다. ‘갈라파고스화’는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제 표준을 맞추지 못하고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지 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쉴새 없이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단하여 리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지식과 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파악하는 데에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많이 있는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한 사람들의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책 “우린 이렇게 왔다”라는 책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25인이 어떻게 취업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각 경험자는 미국 취업 성공을 위한 자신이 생각하는 키 포인트 세가지, 미국으로 오게 된 계기, 미국 취업 과정, 취업에서 힘들었던 점, 희망 회사 찾는 방법, 인터뷰 준비와 과정, 미국 취업 준비에 대한 조언 등 다양한 경험을 말한다.그들이 해외 취업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에 대한 경험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좋은 팁을 제공한다. “우린 이렇게 왔다”에 담겨 있는 경험들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의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영어, 프로그래밍 인터뷰 준비, 비자와 이력서, 회사 이력 등이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첫 번째 필요한 사항은 영어일 것이다. 그런데 체험담을 보면 영어가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일 필요는 없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윤아람씨의 체험담에 따르면, 그는 토익 700점대인 상태에서 한국정보진흥원(NIPA)에서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였다. 5일 후 영어 인터뷰하자는 연락을 받고 영어학원에서 화, 수, 목 3일 수업으로 자기소개서와 프로젝트 소개 준비를 하고, 스피킹 연습과 교정을 한 후 인터뷰를 진행하여 파나소닉 회사에 인턴으로 합격하고 인턴과정 후 취업하였다고 한다. 비자 회사에 취업한 조항덕씨의 체험담에서는 전화영어를 신청해서 꾸준히 영어학습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많은 글로벌 회사가 초반 인터뷰를 전화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방법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common interview questions for software engineer”라고 구글링해서 나온 질문을 보고 연습을 한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STAR 테크닉이라고 하여 인터뷰 시Situation, Task, Action, Result로 대답하는 것을 준비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준비 과정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따른다면 영어 인터뷰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프로그래밍 인터뷰이다. 이와 관련하여 25인의 개발자들의 경험담 중 가장 많이 나오는 프로그래밍 연습 사이트가 leetcode.com이다. 로그인해서 들어가 보면, 처음에 나오는 것이, 프로그래밍 인터뷰 경험담이고 좋은지 싫은지를 눌러 선택할 수 있어서 추천할만한 인터뷰 질문부터 볼 수 있다. 그 아래는 주 별로 출제되는 알고리즘 문제가 있는데, 상기 프로그래밍 인터뷰와 연관되는 문제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주요한 영역별로 문제를 볼 수 있으며, 어려움의 정도와 이제까지 푼 사람의 풀이가 성공한 확률도 볼 수 있다. 또한 각 회사의 문제들도 유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hackerrank.com 등의 알고리즘 문제 관련 사이트에서는 회사의 채용 지원을 도와줄 수 있게 함께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준비와 함께 위의 프로그래밍 사이트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프로그래밍 인터뷰 준비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취업을 꿈꾸는 개발자에게, 비자와 이력서도 또한 실질적인 문제 일 것이다. 비자는 H1-B가 대표적인데 회사에서 스폰서를 받은 후 1/3만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회사에서 채용을 해야 가능하다. 다음 J-1 비자는 인턴 비자로서 이 경우는 인턴 과정을 수행한 후 2년의 본국 거주 의무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석사를 하면 F-1 OPT를 신청하여 일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B-1/B-2로 미국에 간 뒤 회사 CEO에게 요청하여 주재원 비자인 L-1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력서는 보통 이력서 1장, 경력이 5년 이상이면 2장 이상이 적당하며, 한국과 많이 달라서 예제를 찾은 후 공을 들여 작성해야 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25인의 개발자들 대부분이 기존에 국내 회사 경력이 있거나 해외 석사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비율은 약 6:4정도였다. 국내 회사의 경력이 있는 경우 약 3년에서 10년 사이의 회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영어 인터뷰에서 언급한 윤아람씨의 경우 병역특례로 보안업체에서 3년간의 산업체 근무를 하였다. 한편 해외 석사 과정에서는 과정 중 인턴을 수행하고,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를 하였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기술과 프로젝트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어떤 방식으로든 수행해야 한다.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영어, 프로그래밍 실력, 개발 프로젝트 경험,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보인다. 영어 준비는 토익 700점대의 점수를 달성하고 인터뷰 질문에 대한 충분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도록 영어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켜가며 인터뷰 질문에 기반한STAR 스타일의 준비를 수행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래밍 실력은 꾸준히 향상시켜가며, 프로그래밍 인터뷰 문제를 꾸준히 연습해 가면서 동시에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발 프로젝트 경험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문제 도메인을 잡고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수행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잘 하여 실리콘밸리에 취업이 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그러한 경험은 그들이 한국의 리더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필자는 경상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공학 교수로 있으며 2016년 9월부터 소프트웨어산업진흥협회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하여 비(非)교과과정으로 “실리콘밸리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3년이 지나가는 기간 동안 학부생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위한 기본 요건이 무엇인지를 논의한 결과 영어 인터뷰 준비, 알고리즘 문제 공부, 기술 프로젝트 수행 등의 요건을 정하여, 학부 2학년부터 이러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실리콘밸리 개발자 초청 강연과 LinkedIn에서의 이력서 작성 안내 등도 수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리더십 함양 [5], 자생적 커뮤니티 형성 지원 등과 같은 추가적인 사항들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리콘밸리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운영하는 과정에 논의된 내용과 “우린 이렇게 왔다”에 나오는 경험담은 적지 않은 공통부분이 있어서 필자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감과 그 결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필자는 필자와 관련기관의 참여자들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 프로그램이 많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배출하고 배출된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강성에 큰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감사의 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논의해주시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협회의 이단형 회장님과 윤태권 부회장님, KAIST의 강성원 교수님, 전 NIPA의 심현택 소장님, 그리고 실리콘밸리 개발에 대해 많은 말씀과 조언을 해 주신 ABCTech의 김익환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참고문헌

[1] 이지영, ““SW 인재 되고 싶어요”…’42서울’ 지원자 5천명 몰려”, 블로터, 2019.11.13. http://www.bloter.net/archives/360862
[2] 정원엽, “경쟁률 44대 1 ’42서울’, 4차산업혁명 인재 테스트 직접 해보니” 중앙일보, 2020.01.15. https://news.joins.com/article/23682346
[3] 정원엽, “한 겨울 ‘수영장(La Piscine)’에 빠진 SW인재들” 중앙일보, 2020,02.01. https://news.joins.com/article/23695249?cloc=joongang|article|tagnews
[4] 송재희, 조항덕, 이가영, 이근배, 김상은 저 외 20명, 우린 이렇게 왔다 미국의 테크 기업으로 이직한 토종 한국인 25인의 취업 이야기, 클라우드북스, 2018.08.08
[5]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한빛비즈, 2019.03.07

2019년 겨울호

슈퍼컴퓨팅 강국을 위한 제언

안신영(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슈퍼컴퓨팅

매년 11월 말에는 슈퍼컴퓨팅(Supercomputing) 전시회가 미국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를 통해 슈퍼컴퓨팅 관련 최신 기술들이 소개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500대의 순위가 새롭게 발표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의 서밋(SUMMIT)이라는 시스템으로 실측 성능 148.6 페타플롭스의 계산 성능을 자랑한다[1]. 이 수치는 배정도(Double Precision, 64bit) 부동소수점 연산을 초당 14경8600조번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 약 300만대를 동시에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계산 용량이다. 슈퍼컴퓨터는 일기 예보, 암호 해독, 신소재 개발, 양자역학적 시뮬레이션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슈퍼컴퓨터는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우수한 논문 생산에 직접 기여할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 신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등 국가 과학기술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2].

슈퍼컴퓨팅의 새로운 미션 인공지능 계산

최근 슈퍼컴퓨터는 전통적으로 가졌던 거대과학문제 해결이라는 미션에 더하여 인공지능을 위한 계산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가지게 되었다. 인공지능이란 사람의 인지, 학습 능력의 일부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하는 지능 또는 이를 연구하는 학분 분야를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현재와 같이 급속하게 발전된 이유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연구에서의 진보와 더불어 빅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대규모 계산량을 요구하는 인공지능 응용의 계산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는 GPU와 같은 고속 프로세서와 고성능컴퓨팅시스템의 결합 덕분이다.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AlphaGo는 당시 세계 300위권의 고성능컴퓨팅시스템을 활용하여 세계 최정상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을 4:1로 이긴 바 있다[5]. 특히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심층학습) 알고리즘은 연산 강도가 높은 알고리즘으로 고성능컴퓨팅 시스템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국가경쟁력의 지표로서의 슈퍼컴퓨터

슈퍼컴퓨터는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름하는 지표로 사용되곤 한다. 미국은 슈퍼컴퓨팅 시스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년간 5000억원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 또한 자체 개발 기술로 세계 1위를 차지한 경험을 다수 가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슈퍼컴퓨팅 강국이었으나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에 1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 각국은 슈퍼컴퓨팅 관련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을 통해 슈퍼컴퓨팅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은 고성능 컴퓨팅 기술의 리더쉽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장이다. 특히 미국은 CPU, GPU와 같은 프로세서, 메모리, 고속 네트워크, 병렬파일시스템, 병렬 프로그래밍 모델, 컴파일러 등 고성능 컴퓨팅시스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슈퍼컴퓨팅 시스템 및 기술 개발을 통해 IBM, CRAY, Dell, HPE등의 글로벌 회사들은 경쟁력 있는 서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선개발하고 상용화하는데 성공하여 전세계 서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도 레노버, 인스퍼, 수곤, 화웨이와 같은 세계 정상급 슈퍼컴퓨터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슈퍼컴퓨터를 공급하여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수의 슈퍼컴퓨터 보유국이 되는데 일조하고 있다. 

국내 슈퍼컴퓨팅의 역사는 1988년 KISTI에 슈퍼컴퓨터 1호기가 도입된 이래, 현재의 5호기 누리온에 이르기까지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 슈퍼컴퓨팅 순위(Top 500 list)에 등재된 3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3]. 그러나 2002년 우리나라가 슈퍼컴퓨터 9대를 보유했을 때 불과 6대만을 보유하던 중국이 슈퍼컴퓨터 대수를 무섭게 늘려 2019년 11월 현재 228대로 세계 1위의 보유 대수를 달성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팅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어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4].

인공지능 계산을 위한 슈퍼컴퓨터 개발 노력

슈퍼컴퓨터 외에도 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기술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6]. 따라서 각국은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인공지능을 빠른 속도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전용 고성능컴퓨팅시스템 및 서비스에 대한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라는 인공지능 전용칩을 개발하여 슈퍼컴퓨터급 시스템들 (TPU Pod1/2/3)를 이미 개발하였고, TPU를 일반 고객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CRAY사는 클라우드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을 위한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2]. 인공지능의 중요한 기술인 딥러닝의 처리를 고속화하기 위하여 최근 수 천개의 GPU를 사용하는 연구도 널리 진행 중이며, 그 중에서도 일본의 후지쯔랩은 최초의 오픈 AI 컴퓨팅인프라인 ABCI(AI Bridging Cloud Infrastructure, 2019년 11월 현재 세계 8위의 공인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Imagenet(1000 종류의 이미지 128만여장의 데이터 셋) 분류 모델의 훈련을 74.7초에 달성한 바 있다[5].

슈퍼컴퓨팅 강국을 위한 제언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 지난 5월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인공지능 R&D 전략’의 일환으로 KISTI 누리온을 활용할 계획임을 밝히는 등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 슈퍼컴퓨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기존 슈퍼컴퓨터를 인공지능에 이용한다고 하여 딥러닝 학습과 같은 인공지능 개발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거대 과학 문제를 풀던 슈퍼컴퓨터를 인공지능에도 이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슈퍼컴퓨터를 인공지능 분산 처리에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의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필자는 우리 나라가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 경쟁력 및 시장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다음 세 개의 제안을 한다.

첫째, 국가의 슈퍼컴퓨팅 및 인공지능 역량강화 방안의 마련과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집행이 필요하다. 지속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예산 투자가 아니라 이어달리기식 기술개발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첨단 기술이라는 돌탑은 기초기술, 기반기술, 요소기술, 응용기술 등의 기술 컴포넌트를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당 기술 컴포넌트를 개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컴퓨터는 다양한 요소기술들이 잘 통합되어야 우수한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만들어진다.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기술을 시스템으로 꿰어내는 통합 기술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통합 기술 개발 노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야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슈퍼컴퓨터 시스템 및 연구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국내에 이미 구축된 슈퍼컴퓨터는 모두 국외의 글로벌 기업이 구축한 시스템이다. 국외의 글로벌 기업은 자국의 대규모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과거 국내 기업은 이와 같이 낮은 기술 및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오랜 기간 연구 개발 투자를 기피하였고, 따라서 국내기업이 슈퍼컴퓨터의 기술 경쟁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와 맞물려 대학에서도 관련 기초/기반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이 연속된 연구 프로젝트 및 관련 기업의 수요가 없어서 연구역량을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의 연구자들이 졸업 후에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역량을 높여갈 수 있도록 연구소, 기업, 대학들이 협력적으로 슈퍼컴퓨팅시스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파편적인 요소기술의 연구에 머물지 말고, 먼저 자체 기술로 소규모 슈퍼컴퓨팅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차로 완성도가 높은 대규모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여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접근이 있어야 하겠다. 

셋째, 국내 슈퍼컴퓨팅 기술 연구에 있어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이콘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공지능을 위한 슈퍼컴퓨팅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는 배정도 부동소수점 연산 보다는 인공지능에 특화된 반정도(Half Precision) 부동소수점 연산을 잘하는 프로세서로 구성된 컴퓨터와 이를 최적 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나라가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와 CDMA와 같은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하여 IT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획득한 것 같이, 독자적인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시스템은 인공지능 시장 및 연구에 있어 초고속통신망이 수행했던 것과 같은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촉진되고 인공지능 서비스 사용자의 다변화와 함께 관련 인공지능 시장과 기업이 급속히 성장하여 국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결어

진입장벽이 높은 슈퍼컴퓨팅 기술은 일회성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이 수 십 년 간의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얻은 것처럼 슈퍼 컴퓨팅 시스템은 기술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위의 세 가지 제안을 수용하여 국가의 연구 역량을 집중한다면, 우리 나라도 머지 않아 인공지능을 위한 슈퍼컴퓨팅 강국으로 우뚝 설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백지영,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은? 美 ‘서밋’…韓 KISTI는 13위로 밀려, 디지털타임즈
[2]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슈퍼컴퓨터-경쟁력이-미래의-핵심이다
[3] https://www.top500.org/lists/2019/11/
[4] 김영우 외, “세계 슈퍼컴퓨터 연구정책 현황” 전자통신동향분석 제26권 제6호 2011년 12월
[5] https://www.fujitsu.com/global/about/resources/news/press-releases/2019/0401-01.html
[6] 서정연, “사람 중심 ‘AI 국가전략’ 의미와 기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9.12.26
http://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67863&pWise=main&pWiseMain=I2

2019년 가을호

소프트웨어에서의 개념설계 역량

김정호 (명지대학교 융합소프트웨어학부 교수)

국내 산업계에 커다란 화두를 던져준 책 ‘축적의 시간’에서는 한국 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해서’라고 말하고 있다[1]. ‘개념설계 역량’이란 “제품이 되었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건 산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을 때, 이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량”1을 말한다. ‘축적의 시간’의 후속서인 ‘축적의 길’2에서 저자는 ‘개념설계’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초고층 빌딩을 건축하는 예를 들고 있다.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건축자재와 물품을 구매하고, 인력을 배치하고 법적 검토와 인허가 작업 등등 각각의 프로세스대로 실행하여 시공건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복잡한 과정은 두 단계로 단순화하면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념설계는 건축물이나 자동차, 휴대폰 등과 같은 유형의 제품뿐 아니라 TV예능 프로그램이나 비즈니스 모델, 조직구조 등과 같은 무형의 서비스나 포맷에도 들어가 있다. 즉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념을 정의하는 개발 초기의 밑그림을 ‘개념설계’라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새로운 개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분야이다. 만약 우리가 새롭게 등장하는 소프트웨어 개념을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즉 소프트웨어의 개념설계를 잘 할 수 있다면, 이는 큰 산업 발전을 가져오고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역량일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서 개념설계란 “소프트웨어 제품의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밑그림을 그려내는 것, 즉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 제품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행위”([3])3이다. 본 고에서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제품이 가지는 문제점과 이런 문제점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개념설계 역량이 무엇인지 논의하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기본적인 기술이 되었고, 블록체인이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icro-Service Architecture)같은 새로운 기술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생산자 위주의 제품 개발에서 소비자 위주의 개발 시대로 넘어가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보다 편의를 높이기 위해 AI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런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들을 우리 산업 제품과 서비스에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최근에 많은 가전 회사에서는 AI기술을 접목한 가전제품들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출시된 국내 가전 제품들의 소프트웨어는 구조적으로 이런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즉, 제품을 개발할 당시에 이미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개념설계가 되어 있어야 신기술의 용이한 수용이 가능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란 신기술을 도입하여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기존 기업의 기능을 마이크로서비스로 구분하여 설계하는 역량을 축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가 가지는 서비스의 유연성을 시스템에 녹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개념설계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제품의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술이라고 하면 새로운 기능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신기술은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품 품질을 높이는 것이 신기술 적용의 목적일 가능성이 많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가 나온 18세기 무렵의 고객들은 이전에 없던 자동차라는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만으로도 큰 가치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들은 단순히 자동차가 가진 이동수단 기능만으로 자동차를 사진 않는다. “얼마나 안전한가? (안전성)”, “얼마나 고장이 안 나고 오래 탈 수 있는가? (신뢰성)”, “얼마나 조용하고 편안한가? (사용성)”과 같은 다양한 자동차의 품질들을 기준으로 자동차를 사게 된다. 소프트웨어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시스템의 기능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만, 점차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고품질의 시스템을 고객은 원한다. 소프트웨어 제품들의 경우에도 역시 새로 나온 신기술들은 많은 경우 품질을 높여 주기 위해서 사용된다. AI는 “얼마나 정확한 예측을 해내는가?”라는 정확성이란 품질을 높여주고,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얼마나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가?”라는 유지보수성을 높여주기 위한 기술이다. 이런 품질 목표를 반영한 소프트웨어 개념 설계를 하려면 제품의 품질을 우선 파악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이것이 소프트웨어 제품의 개념설계에 필요한 첫 번째 역량이다. 

둘째, 파악된 품질을 추상화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제품의 품질 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한다고 해도 이를 개념설계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제품의 품질 목표를 개념설계에 반영하려면 추상화(abstraction)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추상화란 사물의 특징을 잘 드러나게 단순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2]. 복잡한 시스템을 목적에 맞게 단순화하면 그 목적을 파악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제품 개발 시점에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새로운 기술을 알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으므로 신기술을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제품을 추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시스템을 단순화하면서 보고 싶은 부분에 집중하는 추상화 능력, 이것이 신기술을 연동하는 개념설계에 필요한 두 번째 역량이다. 

셋째,  추상화된 개념을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아무리 목적에 맞는 개념을 추상화하여 설계하였더라도 이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확신(feasibility)을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믿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신기술이 들어간 개념설계가 실제 제품에 반영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개념설계의 구현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에서 개념설계가 올바로 되었는지 입증하려면 실제 구현(implementation)을 해 봐야만 알 수 있다. “축적의 시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개념설계는 대부분의 경우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보다 정확하고 목적에 맞는 개념설계를 해낼 수 있게 된다. 소프트웨어 제품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특히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제품의 개념설계를 제품의 프로토타입 형태로 구현하고,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 수정된 개념설계를 수행하는 일련의 반복적 시행 착오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효과적으로 반복하여 소프트웨어 제품의 개념설계를 입증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구현 능력이 세 번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세가지 역량을 갖추었을 때, 소프트웨어 제품이 우리 산업 발전의 새로운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하지만 개념설계 역량이 산업 발전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위의 개념설계 역량을 갖추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축적의 시간”에서도 ‘위험 공유의 사회’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듯이, 새로운 개념설계를 장려하고 실패하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념설계를 위한 세가지 역량이 계발되고, 다양한 경험적 지식의 축적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 새로운 산업 발전의 돌파구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이정동 외, 축적의 시간, 지식노마드, 2015.
  2. 이정동, 축적의 길, 지식노마드, 2017.
  3. 렌 베스 외,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이론과 실제, 에이콘출판사, 2007.

1 [1] p. 43. 
2 [2]
3 [3] pp. 19~23. 소프트웨어의 상위 수준 설계이며 제품의 목적을 보여주는 설계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