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문명은 소프트웨어로 움직여지고 있다”는 말은 이미 진부한 말이 되었다. 사람들은 인류가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하고 인공지능이 그 핵심 요소의 하나라고 말하는 한편,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학자와 저명인사도 있다.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모습을 갖고 인간과 동등한 지적 능력을 보이는 미래를 그리는 영화를 이제는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지금 이러한 격변과 혼란의 시기에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소프트웨어가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어, 인간이 당당히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로봇을 도구로 이용하는 세상의 지배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게 되든지, 아니면 인간과 발달된 동물, 발달된 로봇이 서로 구분되지 않는 세상에 살게 되든지, 어느 쪽이든 미래의 상당부분이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실현되게 될 것이다.
컴퓨터는 단순한 연산을 수행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의 업무, 서비스, 생활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들을 자동화하고 지능화 하여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힘은 사회적, 문화적 뒷받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즉, 소프트웨어는 고립된 개인의 능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적 재산에 대한 인식, 창조적 개인에 대한 대우, 다양성의 보장과 같은 사회적인 뒷받침과, 인격과 개성의 존중, 팀워크 및 타인/동료에 대한 신뢰,기록문화 등 사회 문화적 요인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프트웨어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그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석기시대를 돌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철기시대를 철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했던 것처럼, 미래는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우리의 운명이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이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선진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 사회가 위험한 전환기에 놓여 있음을 많은 지표가 보인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로 하여금 걱정과 두려움을 갖게 한다. 우리가 추구하던 선진 사회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어제 우리를 좇아오던 나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우리를 그들이 따라가야 할 존재로 보지 않는 듯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희망하던 선진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 힘찬 도약을 할지, 아니면 우리의 능력은 여기까지라고 시인하고 현재에 만족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여러 차례 큰 위기 상황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그로부터 헤쳐 나와 상상을 뛰어 넘는 발전과 성취를 거듭 일구어낸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시련 극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내다보는 혜안과 선택한 길을 거침없이 가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선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선각자들의 정신과 그 분들이 이룬 성공을 되새기며 선진 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소프트웨어 인(人)들은 소프트웨어 시대에 우리 사회를 어떻게 소프트웨어에 강한 사회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소프트웨어는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며 사회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이다.과학 기술이 가치 중립적이지 않고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무관할 수 없음은 원자력 기술이나 유전 공학이 인류의 번영을 위해 활용될 수도 있고 인류를 파멸시키는데 이용될 수도 있는 데서 분명한 예를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도 개인과 사회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서 쓰일 수도 있고 이를 파괴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또한 윤리 의식이 희박한 사람들에 의해 기술이 장악될 때 인류에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역사에서 알 수 있다. 사회와 윤리를 외면한 기술은 파괴적이고, 그런 기술은 경제적 가치도 행복도 가져다 줄 수 없다.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지고,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이미 대체해 가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와 사회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즉 소프트웨어와 사회, 사회의 구성원, 사회의 문화는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서, 이러한 의식이 성숙한 사회에서만 성숙한 소프트웨어와 성숙한 소프트웨어기술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 소프트웨어와 사회 저널 편집진은 소프트웨어와 사회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여 “소프트웨어와 사회”저널을 발간하고자 한다. 본 저널의 목적은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 도약을 이룩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공유하게 하고, 기술의 뿌리는 사회문화에 있으며 따라서 이들이 상호 긴밀히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여, 우리 사회가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데 요구되는 실천에 대한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소프트웨어와 사회” 저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고문들로 이루어진다:
- 소프트웨어와 사회에 대한 비전 제시와 실천적 행동 촉구
- 소프트웨어 인들이 사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
-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
- “소프트웨어”와”사회” 관계를 다루는 내용
- 소프트웨어와 사회, 문화, 가치 간의 연결성에 대한 논의
저널 편집진은 이 저널이 소프트웨어 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길을 열어주고, 성숙한 소프트웨어와 성숙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인들과 세상사람들의 사회 문화적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소프트웨어와 사회 저널 편집진
“… 민주주의 이론은 크롬웰 군대의 몇몇 사람들로부터 생겨났다; … 그리고 사회주의는 그 기원이 아주 적은 수의 고립된 이론가들에 있다. 지금은 누구도 저항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히 승리하였다고 할 수 없는 여성운동도 마찬가지로 소수의 꺾이지 않는 이상주의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 Bertrand Russell, Principles of Social Reconstru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