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생각하며
이선아 (경상대학교 교수)
2019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 소프트웨어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에5천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1]. 약 44대 1의 경쟁률이다 [2].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42서울’로 프랑스의 ‘에꼴 42’를 참조하여 명명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개월 집중교육 후 최종 선정된 교육생들이 2년간 게임요소를 적용한 단계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집중교육을 ‘수영장’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물에서 살아나온 사람만 합격시키기 때문이다 [3]. 이 교육 프로그램이 ‘에꼴 42’만큼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한편, 프랑스가 창의적으로 ‘에꼴 42’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국도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어떻게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양성할 수 있을까?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의 큰 하나의 우려는 ‘갈라파고스화(化)’이다. ‘갈라파고스화’는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제 표준을 맞추지 못하고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지 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쉴새 없이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단하여 리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지식과 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파악하는 데에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많이 있는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한 사람들의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책 “우린 이렇게 왔다”라는 책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25인이 어떻게 취업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각 경험자는 미국 취업 성공을 위한 자신이 생각하는 키 포인트 세가지, 미국으로 오게 된 계기, 미국 취업 과정, 취업에서 힘들었던 점, 희망 회사 찾는 방법, 인터뷰 준비와 과정, 미국 취업 준비에 대한 조언 등 다양한 경험을 말한다.그들이 해외 취업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에 대한 경험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좋은 팁을 제공한다. “우린 이렇게 왔다”에 담겨 있는 경험들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의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영어, 프로그래밍 인터뷰 준비, 비자와 이력서, 회사 이력 등이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첫 번째 필요한 사항은 영어일 것이다. 그런데 체험담을 보면 영어가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일 필요는 없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윤아람씨의 체험담에 따르면, 그는 토익 700점대인 상태에서 한국정보진흥원(NIPA)에서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였다. 5일 후 영어 인터뷰하자는 연락을 받고 영어학원에서 화, 수, 목 3일 수업으로 자기소개서와 프로젝트 소개 준비를 하고, 스피킹 연습과 교정을 한 후 인터뷰를 진행하여 파나소닉 회사에 인턴으로 합격하고 인턴과정 후 취업하였다고 한다. 비자 회사에 취업한 조항덕씨의 체험담에서는 전화영어를 신청해서 꾸준히 영어학습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많은 글로벌 회사가 초반 인터뷰를 전화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방법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common interview questions for software engineer”라고 구글링해서 나온 질문을 보고 연습을 한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STAR 테크닉이라고 하여 인터뷰 시Situation, Task, Action, Result로 대답하는 것을 준비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준비 과정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따른다면 영어 인터뷰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프로그래밍 인터뷰이다. 이와 관련하여 25인의 개발자들의 경험담 중 가장 많이 나오는 프로그래밍 연습 사이트가 leetcode.com이다. 로그인해서 들어가 보면, 처음에 나오는 것이, 프로그래밍 인터뷰 경험담이고 좋은지 싫은지를 눌러 선택할 수 있어서 추천할만한 인터뷰 질문부터 볼 수 있다. 그 아래는 주 별로 출제되는 알고리즘 문제가 있는데, 상기 프로그래밍 인터뷰와 연관되는 문제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주요한 영역별로 문제를 볼 수 있으며, 어려움의 정도와 이제까지 푼 사람의 풀이가 성공한 확률도 볼 수 있다. 또한 각 회사의 문제들도 유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hackerrank.com 등의 알고리즘 문제 관련 사이트에서는 회사의 채용 지원을 도와줄 수 있게 함께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준비와 함께 위의 프로그래밍 사이트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프로그래밍 인터뷰 준비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취업을 꿈꾸는 개발자에게, 비자와 이력서도 또한 실질적인 문제 일 것이다. 비자는 H1-B가 대표적인데 회사에서 스폰서를 받은 후 1/3만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회사에서 채용을 해야 가능하다. 다음 J-1 비자는 인턴 비자로서 이 경우는 인턴 과정을 수행한 후 2년의 본국 거주 의무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석사를 하면 F-1 OPT를 신청하여 일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B-1/B-2로 미국에 간 뒤 회사 CEO에게 요청하여 주재원 비자인 L-1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력서는 보통 이력서 1장, 경력이 5년 이상이면 2장 이상이 적당하며, 한국과 많이 달라서 예제를 찾은 후 공을 들여 작성해야 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25인의 개발자들 대부분이 기존에 국내 회사 경력이 있거나 해외 석사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비율은 약 6:4정도였다. 국내 회사의 경력이 있는 경우 약 3년에서 10년 사이의 회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영어 인터뷰에서 언급한 윤아람씨의 경우 병역특례로 보안업체에서 3년간의 산업체 근무를 하였다. 한편 해외 석사 과정에서는 과정 중 인턴을 수행하고,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를 하였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기술과 프로젝트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어떤 방식으로든 수행해야 한다.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영어, 프로그래밍 실력, 개발 프로젝트 경험,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보인다. 영어 준비는 토익 700점대의 점수를 달성하고 인터뷰 질문에 대한 충분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도록 영어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켜가며 인터뷰 질문에 기반한STAR 스타일의 준비를 수행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래밍 실력은 꾸준히 향상시켜가며, 프로그래밍 인터뷰 문제를 꾸준히 연습해 가면서 동시에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발 프로젝트 경험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문제 도메인을 잡고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수행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잘 하여 실리콘밸리에 취업이 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그러한 경험은 그들이 한국의 리더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필자는 경상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공학 교수로 있으며 2016년 9월부터 소프트웨어산업진흥협회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하여 비(非)교과과정으로 “실리콘밸리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3년이 지나가는 기간 동안 학부생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위한 기본 요건이 무엇인지를 논의한 결과 영어 인터뷰 준비, 알고리즘 문제 공부, 기술 프로젝트 수행 등의 요건을 정하여, 학부 2학년부터 이러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실리콘밸리 개발자 초청 강연과 LinkedIn에서의 이력서 작성 안내 등도 수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리더십 함양 [5], 자생적 커뮤니티 형성 지원 등과 같은 추가적인 사항들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리콘밸리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운영하는 과정에 논의된 내용과 “우린 이렇게 왔다”에 나오는 경험담은 적지 않은 공통부분이 있어서 필자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감과 그 결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필자는 필자와 관련기관의 참여자들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 프로그램이 많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배출하고 배출된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강성에 큰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감사의 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논의해주시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협회의 이단형 회장님과 윤태권 부회장님, KAIST의 강성원 교수님, 전 NIPA의 심현택 소장님, 그리고 실리콘밸리 개발에 대해 많은 말씀과 조언을 해 주신 ABCTech의 김익환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참고문헌
[1] 이지영, ““SW 인재 되고 싶어요”…’42서울’ 지원자 5천명 몰려”, 블로터, 2019.11.13. http://www.bloter.net/archives/360862
[2] 정원엽, “경쟁률 44대 1 ’42서울’, 4차산업혁명 인재 테스트 직접 해보니” 중앙일보, 2020.01.15. https://news.joins.com/article/23682346
[3] 정원엽, “한 겨울 ‘수영장(La Piscine)’에 빠진 SW인재들” 중앙일보, 2020,02.01. https://news.joins.com/article/23695249?cloc=joongang|article|tagnews
[4] 송재희, 조항덕, 이가영, 이근배, 김상은 저 외 20명, 우린 이렇게 왔다 미국의 테크 기업으로 이직한 토종 한국인 25인의 취업 이야기, 클라우드북스, 2018.08.08
[5]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한빛비즈, 2019.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