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호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본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문제점

이선아(경상대학교 교수), 김휘식(변호사)

2018년 신문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입법 예고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냈다. 그리고 마침내2018년8월22일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 개정되었다. 그 내용은 제14조의2를 신설하여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민간시장 침해를 사전에 검증하는“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소폭의 개정이었다. 대규모 개편을 예고하였으나 소규모 개정만으로 끝난 이번 개정을 계기로, 이 소고에서는 지금까지 총37번 차례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을 살펴보고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향을 논의한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은 총5장, 38조로 구성된다[1]. 제1장은 총칙으로 목적(제1조), 정의(제2조), 책무(제3조), 계획수립(제4조)를 포함한다. 제2장은 기반 조성에 관한 것으로 제5조부터 제18조까지이며,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단지, 전담기관, 창업활성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인력 양성, 개발 촉진, 표준화, 품질 인증, 시험, 산업 관리, 유통, 국제 협력,해외 진출, 세제 혜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장은 활성화에 관한 것으로 제19조부터 제26조까지이며, 수요 조사, 계약, 과업변경심의, 하도급 제한, 심의 요구, 하자 담보, 제안서 보상, 대가지급, 프로세스 품질 인증, 사업자 신고, 중소기업 지원, 기술자 신고, 부문별 활성화,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설립 내용을 담고 있다. 제4장은 소프트웨어공제조합에 대한 조항들로 제27조부터 제36조까지이며, 제5장은 보칙들을 담고 있는데 제37조,제38조로 구성되어, 청문, 규제의 재검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상기 법 조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제24조 제3항의 소프트웨어기술자의 신고에 관한 조항이다. 요지는 소프트웨어기술자의 경력을 정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제1호). 또한 이를 위해 그 진위를 관련 업체에 문의할 수 있고(제2호), 거짓이면 취소할 수 있으며, 해당 검증 내용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기술경력증의 발급을 수행한다(제4호). 또한 발급 비용은 신청인으로부터 받는다(제6호). 이에 대해서 기관에서 발급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데(제5호) 현재 대행업체는 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이다. 

필자는 20년 넘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했지만, 정부의 이러한 경력 관리 규정을 이제까지 들어본 바가 없다. 글로벌 시대의 개발자들은 오픈소스인 깃 허브 등에 자신이 공부한 내용과 개발한 프로젝트를 게시하는 등의 주로 오픈 소스에의 공헌을 통하여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게 되고, 또한 업체에서는 이를 통하여 인재를 선발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인 만큼 이들의 해외로의 취업과 교류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4조 제3항과 같이 소프트웨어기술자에게 근무처, 경력, 학력 및 자격 등을 별도로 신고하여 한국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기술경력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규제는,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개발자에게는 불필요하고 해외에서 들어와 일하고자 하는 개발자에게는 추가적인 신고를 하게 하여 한국을 소프트웨어의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데 일조할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규제는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을 도모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 적합하지 않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제12조로 소프트웨어 표준화 추진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의 요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소프트웨어 표준화를 추진하고 소프트웨어사업자에게 이를 권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표준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표준화의 범위가 어디인지, 또한 이로 인해 제 12조가 앞서 제24조3항과 같은 갈라파고스 규제로의 변질 위험성은 없는지 우려된다. 그런 대표적인 예로, 2001년 대한민국의 표준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한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 WIPI)는 모바일 플랫폼을 표준화함으로써 단일 콘텐츠를 여러 통신사에서 서비스하려는 취지로 개발하였으나, 결과물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특허를 침해하였고 외국 단말기 제조사들이 국내 판매를 포기하는 규정이 되고 말았다[2]. 결국2009년에WIPI 탑재 의무화를 해제하면서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될 수 있었다. 이러한 규제가 일시적으로는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해외의 수출입을 막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상기의 규제는 제16조에 있는 국제협력 조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국제표준화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정도의 규제 강도가 적절해 보이며, 제12조와 제16조를 연계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조항은 제23조의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품질인증이다. 이 조항의 요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품질인증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하 각 조에서는 이를 대리할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취소하는 조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우려되는 부분은 각 조항의 문제점이 아니라, 프로세스 품질인증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제24조의2의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의 사업 참여 지원을 간접적으로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품질인증은CMM(Capability Maturity Model)과SPIC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Determination)의 프로세스 성숙도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세스는 성숙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단번에 프로세스 품질의 성숙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프로세스 품질분야의 선구자 왓츠 험프리(Watts Humphrey)는 “개선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가 개선된 제품 품질로 이어진다(Improved software processes lead to improved product quality)”고 하였다. 이러한 프로세스 품질과 제품 품질의 연관성을 살펴볼 때, 해당 제 23조는 제 13조의 품질인증과 연계하여 기술되어야 하며,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의 프로세스 품질에 대한 지침을 주면서도 과도한 규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향후 완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소고에서 4차 산업 혁명을 맞이하며2018년에 활발히 개정이 논의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검토하고 문제점을 논의하였다. 소프트웨어 기술은4차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관련 법의 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현재도 신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어 법으로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소프트웨어산업의 규제로 인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원래의 취지에 맞게 소프트웨어산업 진흥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특히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개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쓸모 없이 규제만 하는 내용은 삭제하고, 둘째,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갈라파고스화되지 않고 글로벌 사회와 발맞추어 나갈 수 있도록 입법을 진행하여야 한다. 셋째, 소프트웨어산업의 진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과 기술자들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는 토대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되길 기대한다. 

2019년3월 31일

참고문헌
[1]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국가법령정보센터, 2019년 3월 3일 접속, http://www.law.go.kr/법령/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2] 김윤명, 이민영, 소프트웨어와 리걸 프레임10가지 이슈,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