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호

 

유연휘발유 – 어느 엔지니어의 불행한 발명품

강성원(KAIST 교수)

미국에서 차를 몰아 본 사람들 중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때 무연 (Leaded) 휘발유와 유연(Unleaded) 휘발유가 있는데 항상 무연 휘발유만 넣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이들은 항상 무연휘발유만 넣는데 왜 무연 휘발유와 유연 휘발유 두 개의 주유기가 있는지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유연휘발유는 자동차 엔진에서 노킹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연료로 미국에서 1920년대부터 사용되었는데,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청정대기법에 의해 미국의 모든 주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금지된 이유는 납성분이 들어 있는 자동차 연료는 연료가 연소되어 대기로 나갈 때 인체에 해로운 성분인 납이 같이 대기로 나가기 때문이다. 납성분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낮은 IQ, 과잉활동장애, 행동장애, 학습능력저하 그리고 심지어 폭력성까지를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1990년대부터 범죄율과 자살률이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낮아진 비율의 56% 이상이 청정대기법에 의해 유연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게 된대서 비롯된다고 한다.[1]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인체에 유해한 유연휴발유의 사용이 1970년대가 되어서야 금지되었다는 점은 놀랍다. 납의 유해성은 이미 로마시대 자료부터 나오고, 자동차로 인하여 대기로 나가는 납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이 오래 전부터 지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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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GM의 엔지니어 Thomas Midgley Jr.는 휘발유에 첨가하여 자동차의 노킹 현상을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납 첨가제 TEL[3]를 발명하였다. 노킹을 일으키지 않는 연료로 에틸알코올이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지만, 에틸알코올의 경우GM이 특허권을 가질 수 없었고 석유회사들도 좋아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1923년 2월에는 주유소에서 유연휴발유를 팔기 시작했다. 1923년 4월에는 유연휘발유의 생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GM과 Standard Oil(현재의 ExxonMobil)이 Midgley를 부회장으로Ethyl Gasoline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이 회사 사람들은 유연휘발유를 “신의 선물”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러나 그 첨가제는 1922년에 이미 “달콤한 냄새가 나고, 높은 독성이 있어서 피부를 통해 흡수될 경우 거의 즉시 납중독을 일으키는 무색의 액체”로 알려 져 있었다.[4] 뿐만 아니라 Ethyl Gasoline 회사의 TEL제조과정중에 여러 명이 납중독 걸리고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Midgley는 그 첨가제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1924년 10월 한 기자회견 장소에서 납성분이 들어간 휘발유 첨가제로 손을 씻고 일 분간 냄새를 맡는 쇼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 전 해에 납중독에 걸려 플로리다 주에서 여러 달 보내면서 납중독을 치료했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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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인간적 양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과학자들은 유연휴발유의 유해성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보이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였다. 일찍이 1926년에 Alice Hamilton[6]은 납의 위험에 대하여 경고하였다. 1965년에 와서는 Patterson은 엄밀한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에 사람들의 체내 납수치는 100배, 대기 중의 납의 양은 1000배 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 당시의 대표적인 납의 유해성 연구 전문가인 Kehoe의 “유연휴발유가 인체에 해로운 증거를 30년동안 찾아왔지만, 아직까지 발견된 것이 없었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무너뜨렸다. 이러한 양심적인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노력 덕분에 마침내 1986년부터는 미국 내에서 더 이상 유연휴발유를 자동차에 넣지 못하게 되었다.[7] 그 결과 1978년부터 1991년 사이에 미국인 1세부터 74세까지의 미국인의 혈중 납수치가 78% 감소하였다. 현재 미국에서의 안전한 혈중 납수치를 10 mcg/dl으로 보는데 콜롬버스가 미국을 발견하기 전에 북미대륙에 살던 원주민들의 혈중 납수치가 이의 625분의 1정도였다니 현대 인류가 얼마나 많은 양의 납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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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gely는 유연휴발유를 발명했을 뿐 아니라, 1930년에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된 프레온을 발명한 뛰어난 엔지니어였다. 그는 그러나 여러 차례 중요한 시점에, 공통체의 이익 보다는 자신이 속한 소수 그룹의 이익을 우선하는 판단을 하였고 자신의 판단을 옹호하기 위해 상식과 논리에 맞는 주장을 하는 대신 궤변에 가까운 주장과 속임수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Midgely가 양심적인 사람이었고 사회를 생각하는 엔지니어였다면 수십 년에 걸쳐 방치되었던 이 잘못을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Midgely와 이익을 같이 하는 집단은 TEL이 무해하다는 입증을 자신들이 하려하지 않았다. TEL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많은 정황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TEL이 유해하다는 입증의 책임을 오히려 TEL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Kitman에 따르면 그들은 이런 논리로 TEL을 팔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같은 논리는 현재까지도 소수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여 공통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유해 상품을 파는데 이용되고 있다. 제품의 무해성의 입증 책임이 생산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유해성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논리이다. 유연휘발유에 대한 이러한 궤변의 여파로 6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납 피해자가 되었다.

근래에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V사가 자사 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우라나라 기준에 미달하자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하여 인증심사를 통과하려 다 수백억 원의 벌금을 선고 받은 사건이 있었다.[8]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N회사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에 유리하도록 자사 제품들을 경쟁사 제품들보다 검색 결과의 상단에 오도록 하여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사건[9]도 있었다. 소프트웨어로 각종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들의 회사, 동료 그리고 자기 자신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서 인간적 양심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임하는지 항상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1] https://www.bbc.com/news/business-40593353

[2] https://www.greencarcongress.com/2015/03/20150308-illimani.html

[3] TetraEthyl Lead

[4] James L. Kitman, Nation 2000. https://www.thenation.com/article/archive/secret-history-lead/

[5] https://en.wikipedia.org/wiki/Thomas_Midgley_Jr.

[6] https://www.bbc.com/news/business-40593353

[7] 우리나라는 1987년 7월부터 무연 휘발유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1993년 1월부터 유연 휘발유의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8] https://news.joins.com/article/20187452

[9]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06/20201006014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