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호

알면 쓸모 있는 세 가지 궤변

 

강성원(KAIST 교수)

 

1. 서론

궤변(fallacious argument, fallacy)은 중대한 오류를 갖고 있는 논증을 뜻한다. 어떤 궤변에는 사람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들어 있는데 그런 궤변을 그렇지 않은 것과 구별하기 위해 기만적 궤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궤변은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있었다. 당시에 많은 궤변가들이 있었고, 소크라테스를 궤변가로 본 사람들도 있었다. 수사학(rhetoric)은 사전에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화법 혹은 작문법으로 완전한 정직성이나 진정성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1]로 정의되어 있는데, 때로는 궤변과 수사적 표현의 차이가 미미하여 어느 쪽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궤변은 중대한 오류를 갖고 있는 논증이고 따라서 궤변에 대한 철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 궤변에 속지 않고 잘못된 논증에 기반한 잘못된 판단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바쁘고 학습에 들일 시간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자주 쓰이면서 우리를 가장 많이 속이는 궤변을 공부하여 대비하면 최소의 노력을 들여 최대 효과를 보는 차선책이 될 것이다.

그럼 우리의 대화나 논의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궤변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많이 이용되는 궤변의 종류는 수십가지에 달하지만, 이 글에서는 논점 이탈의 궤변, 인신 공격의 궤변, 피장파장의 궤변의 세 가지를 소개한다. 이 세 가지 궤변들 중에서 인신 공격의 궤변과 피장파장의 궤변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논증에 대응되는 궤변 종류이다. 이 말은 궤변 유형에 대응되는 논증 유형이 있어서 논증 유형에 맞게 올바로 사용되면 설득력 있는 논증이 되는데, 논증자의 고의나 착오 혹은 무지에 의해 논증이 오류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궤변이 된 경우라는 뜻이다. 논점 이탈의 궤변의 경우에는 따로 대응되는 논증 유형이 없다. 즉, 어느 논증의 종류가 특별히 그 종류의 궤변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논증도 잠재적으로 논점 이탈의 궤변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2. 논점 이탈의 궤변

논점 이탈의 궤변은 전제들로부터 결론으로 진행하는 추리의 연결이 논리적이지 않고 이탈이 일어난 경우이다. 우리말에 “삼천포로 빠졌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작 가야 할 곳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갔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논증이 삼천포로 빠지면 논점 이탈이 일어난 것이다. 대화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동문서답을 한다고 말할 때 논점 이탈의 발생을 지적하는 것이다. 논점 이탈은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는데 장애를 주는 중대한 논증 오류여서 궤변에 해당된다. 다음은 논점 이탈 궤변의 예이다.

길동: “T커피가 F커피보다 맛있다.”

길녀: “T커피는 N회사가 만들었다. 그런데 N회사는 P제품을 만들었고

     P 제품을 먹고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었기 때문에 너의 생각을 틀렸다.”[2]

이 대화에서 길동이 말한 “T커피가 F커피보다 맛있다.”라는 진술이 길동이 아무런 전제 없이 자신의 생각 혹은 느낌을 말한 것이라면 길동의 발언을 논증이 아니다. 그러나 달리 해석하여, 길동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말한 진술이라면 길동의 발언은 하나의 논증이 된다. 그런데 길녀는 T커피를 만든 N회사가 많은 아이들이 먹고 죽은 P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길동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길녀의 의견은 도덕적으로 깨어 있는 생각이긴 하지만, 길동이 커피 맛이 아닌 다른 이슈에 대해 길녀와 달리 생각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길동은 단지 커피의 맛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길녀는 이 대화에서 논점 이탈을 한 것이다. 논점 이탈의 궤변의 다른 예로 법정이나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이 심문자의 질문에 맞는 답을 하지 않고 엉뚱한 답변을 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3. 인신 공격의 궤변

인신 공격의 궤변은 상대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상대방의 성격이나 동기를 근거로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논증이다. 인신 공격의 궤변에 대하여 논의하기에 앞서 인신 공격의 논증에 대하여 논의한다. 앞에서 소개한 논점이탈의 궤변은 대화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독백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인신 공격의 논증은 인신 공격을 하는 사람과 인신 공격을 받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화 상황에서만 발생한다. 인신 공격의 논증이 어떤 주장을 공격하지 않고 사람을 공격한다고 해서 반드시 오류 논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개인의 행위, 성격, 동기 등에 대한 질문이 정당하고 논의의 쟁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3] 다음 예를 보자.

어떤 부모가 자녀에게 너희 선생님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아서 잘 가르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논증은 기본적으로 인신 공격의 논증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지식이나 가르치는 능력에서 잘 가르치지 못하는 능력의 원인을 찾지 않고, 선생님 개인의 학력에서 그 원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논증의 한가지 가능한 해석은 이것이 선생님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는 해석이다. 선생님이 잘 가르치지 못했고 그 이유로 아마도,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다른 선생님들도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 선생님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는 논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논증은 설득력 있는 논증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해석으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친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이 주장은 설득력 있는 논증이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공격이 된다. 특히 그 선생님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내며 인신공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논증은 이와 같이 인신 공격의 궤변을 저지른 논증인 동시에 그 과정에 잘 가르치지 못하는 진짜 원인을 찾지 않고 인신 공격으로 넘어간 논점 이탈의 궤변을 저지른 논증이다.

이번에는 분명한 인신공격 궤변의 예를 보자.[4]

길동: 우리 아저씨는 모든 살인자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러면 아무도 사람을 죽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길녀: 너희 아저씨 감옥에 간 적이 있니? 나는 범죄자의 의견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범죄자라도 옳은 말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 범죄자인지의 여부가 그 사람의 말이 옳은 지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길녀는 인신공격의 궤변을 저지른 것이다. 다음 대화의 논증도 마찬가지이다.

길녀: 소고기를 먹으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져 지구환경에 나쁘다.

길동: 그런데 너는 왜 소고기를 먹니?

이 대화에서 길동은 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길녀의 언행불일치를 문제삼아 길녀를 공격하기 때문에 길동이 인신 공격의 궤변을 저지른 것이다.

 

4. 피장파장의 궤변

피장파장의 궤변에 대한 논의도 인신 공격의 궤변에 대한 논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먼저 논증에 대하여 논의하고 그 다음에 궤변에 대해 논의한다. 피장파장의 논증은 정치에서 상대의 지적 또는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논증 유형이다.[5] 피장파장의 논증은 논증자가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비판함으로써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하는 논증으로, 상대방이 논증자보다 나을 게 없다는 주장을 동반한다. 영어로는 너도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You Too Argument”라고 부르기도 하고 양쪽이 모두 잘못했다는 뜻으로 “Two Wrongs Argument”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장파장의 논증은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비판하기 때문에 쉽게 인신공격이 될 수 있다. 피장파장의 논증은 논증자도 있고 상대도 있어야 “피장파장”이 되기 때문에 대화 상황에서 발생한다. 다음은 피장파장의 논증의 예이다.

길동: 나는 네가 네 수학책에서 시험문제 답을 베끼는 것을 보았다.

길녀: 그건 내 수학책이었어. 너는 철수의 리포트를 빌려서 네가 한 것으로

     제출하지 않았니?

이 대화에서 길녀는 자신이 부정행위를 한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길동이 한 부정행위는 자신이 한 것에 비해서 더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러므로 길동이 그녀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만일 여기서 길녀가 근거 제시 없이 자신이 한 부정행위를 부인했다면 피장파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길녀가 부정행위를 인정했기 때문에 길녀가 피장파장의 상황이라고 말한 셈이 되고 길녀의 말에 궤변은 없다.

또 다른 예로 다음의 상황을 보자.

A당이 B당을 향해 정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자, B당은 이에 대해 A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대응하고 더 이상의 논의를 거부한다.

B당은 A당이 왜 정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 하지 않고, A당도 더 나을 게 없다고 하여 공격한다.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양 당이 같이 규정하고 각 항목에서 어느 쪽이 어느 정도 했는지를 비교한다면 합리적인 논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는 아마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논증자가 아예 그런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논의를 거부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B당이 단순히 A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만 했으면 A당이 정말로 그런 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만일 자격이 없는 것이 사실이면 B당은 피장파장의 논증을 한 것이다. 그러나 A당이 실제로는 자격이 있거나 혹은 B당이 A당의 자격이 없다고 말한 이유가 이를 구실로 논의를 거부하려 한 것이라면 A당은 피장파장의 궤변을 저지른 것이다.

다음은 한 노인과 젊은이 간의 대화에서 나온 발언이다.

“아저씨도 담배 피우면서, 저 더러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6]

이 발언을 면밀히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노인은 담배를 피운다.

젊은이도 담배를 피운다.

노인이 젊은이에게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니 피우지 말라고 말한다.

젊은이는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노인이 자신은 담배를 피는 만족감을 취하면서 젊은이에게 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위와 같이 말했다면 노인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해 젊은이가 노인보다 건강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면 노인의 요구는 근거가 있는 것이며, 노인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노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되받은 젊은이의 주장이 오히려 논점 이탈의 궤변이 된다. 또한 이 경우, 젊은이의 발언이 이유를 무시하고 당신도 담배를 피우니 나에게 담배를 피지 말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게 되어 이 발언은 피장파장의 궤변이다. 그리고 동시에 단순히 발언자가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발언자의 말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인신공격의 궤변이다.

 

5. 결론

논점 이탈의 궤변에의 논의에서 본 바와 같이 궤변에 대응되는 논증 유형이 존재하지 않아 비교적 쉽게 궤변임을 알아볼 수 있는 논증들도 있지만, 인신공격의 궤변과 피장파장의 궤변과 같이 대응되는 논증 유형이 존재하는 궤변은 그 논증이 설득력 있는 논증인지 궤변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더욱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

논증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자의 말에서부터 어떤 논증이 들어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때 적용해야 할 중요한 원리가 “자비의 원칙(Principle of Charity)”이다. 자비의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표현된 논증이 논증자가 의도한 논증의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고 또 논증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논증의 문맥(context)을 온전히 알아야 하는데 해당 논증의 문맥에 관한 정보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표현도 문맥에 따라서 전혀 다른 해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논증의 문맥을 올바로 파악하는 것은 논증의 평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논증을 평가하는 사람이 문맥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때로는 많은 배경적인 사실들을 탐색하고 분석해야 한다. 논증을 올바로 평가하는 위해서는 또한 논증의 평가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논증 평가의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논증의 교환이 가장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영역의 하나인 재판의 경우,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에서 적용하는 죄 또는 책임의 입증 기준이 다르다. 형사 재판에서는 법을 어긴 사람을 엄벌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잘못하여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유무죄의 입증 기준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음 기준(beyond reasonable doubt standard)”의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민사 재판에서는 책임 소재의 입증 기준으로 지지 논증들이 반대 논증들보다 더 강한 것으로 충분한 “우월한 증거 기준(preponderance of evidence standard)”이 적용된다.

이 글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세 가지 궤변을 소개하였고, 여러 예를 통해서 논증의 평가가 때로는 까다로울 수 있고 올바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문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논증의 파악과 평가에 필요한 간단한 원칙들도 살펴보았다. 논증과 궤변에 대해 이런 기본적인 이해를 습득한 독자는 더 깊은 지식을 얻기 위해 여러 논증 유형들과 궤변 유형들, 그리고 논증의 평가 방법, 논증의 도식화와 자동화에 대하여 공부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참고문헌

[Walton 08] Walton, Douglas, Informal Logic: A Pragmatic Approach, 2nd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Bluedorn 15] Nathaniel Bluedorn, Hans Bluedorn, The Fallacy Detective: Thirty-Eight Lessons on How to Recognize Bad Reasoning, Bluedor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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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xford Learner’s Dictionary, “speech or writing that is intended to influence people, but that is not completely honest or sincere.”

[2] [Walton 08]p.100

[3] [Walton 08]p.170

[4] [Bluedorn 15]p.44

[5] [Walton 08]p.171

[6] [Walton 08]p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