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호

 

IoT 간사국은 한국이 맡는다 (IoT 간사국 수임 성공전략)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회장)

세계표준의 제정은 3 개의 세계표준기구가 분담하고 있다. 첫째, IEC는 전기, 전자 및 제조업의 세계표준을, 둘째, 세계 200여국의 정보통신부 장관들이 총회에 참가하는 ITU는 통신의 세계표준을, 셋째, ISO는 IEC와 ITU가 책임 맡은 분야 이외의 모든 세계표준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IT 분야의 세계표준 제정에 관해서는 ISO와 IEC의 공동 책임하에 ISO/IEC JTC1에서 책임 맡는 것으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어떤 국가가 ISO기술위원회(ISO/TC), IEC기술위원회(IEC/TC), 또는 ISO/IEC IT기술위원회(ISO/IEC JTC1)의 분과위원회(SC) 간사국으로 선정되게 되면 해당 기술분야의 세계표준 제정에 관한 비전과 목표의 설정, 표준제정 로드맵의 수립, 해당 분과위원회(SC) 의장의 임면, 표준제정 작업그룹의 전문가 구성 등을 주관하게 된다. 간사국 수임을 받게 되면 일반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수십 년간 간사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미래 유망기술 분야에서 간사국을 수임 받아 자국 및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해 나갈 수 있게 하려고 암묵적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ISO/IEC JTC1은 2016년 11월 10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개최한 총회에서 JTC1/SC41(IoT and related technologies)을 신설하고 한국을 IoT 간사국으로 결정하였다. IS 30141(2018) 과 IS 20924(2021) 에서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통신)를 “사물, 사람, 시스템, 정보자원 및 지능형서비스를 서로 연결시키고(identification, sensing, actuation, communication, management, application and service), 현실세계 및 가상세계에서 정보처리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IoT 기술은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스마트빌딩, 디지털농업, 제조업, 지능형운송, 지능형교통, 물류 및 재고관리, 도소매거래, 건강관리, 공공안전, 교육, 환경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현재 IoT 의 스마트 수준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1) 엣지(Edge) 영역(스마트 알고리즘이 탑재된 센서와 액추에이터); (2) 미들웨어 영역(엣지 영역에 내장소프트웨어 및 스마트기능의 제공); (3) 응용소프트웨어 영역(스마트서비스 제공); (4) 네트워크 영역(앞의 (1), (2), (3) 관련 데이터/정보의 교환과 상호연동); (5) 비기능/품질 영역(자료, 정보, 기능, 서비스의 보안성, 안전성 및 신뢰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앞의 (1) ~ (5) 각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중이 작게는 50 퍼센트((1), (4)), 많게는 90 퍼센트((2), (3), (5))를 점하며, 특히 아키텍처, SSPL(Software and Systems Product Line), Big Data Analytics, Cloud Computing 등은 전체 영역에 필요한 요소 기술이다. 따라서 국가 IoT 기술의 성공 여부는 소프트웨어공학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고 하겠다.

독일은 2011년 정부주도(과학기술및교육부)로 Industry 4.0과 제4차산업혁명을 선포하였다. 이미 유럽 전체 제조업의 삼분지 일을 점하고 있는 독일은 IoT 기반의 스마트공장, CPS(cyber-physical system),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의 국가적 역량을 높여서,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독일의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Industry 4.0의 방향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2016년 유럽연합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핀란드, 이태리, 네덜란드 등 유럽 14 개국들이 모두 IoT 기반의 스마트공장과 Industry 4.0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도 가까운 미래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IoT 기반의 스마트공장과 Industry 4.0은 물론이고, 스마트시티, 디지털농업, 지능형운송, 지능형교통, 물류 및 재고관리, 건강관리, 공공안전, 교육, 환경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IoT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이 ISO/IEC JTC1의 IoT 간사국을 수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ISO/IEC JTC1 2015년 베이징 총회에서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을 신청하였으나, 한국, 독일(스마트공장과 제조업 IoT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국(JTC1 2015 총회 개최국) 3 개국이  경합한 결과 과반 수 득표를 하는 나라가 없어서 무산되었다. 그 다음해 ISO/IEC JTC1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총회에서는 한국은 영국과 치열한 경합을 하게 되었다. 다음은 당시 총회 개회일(2016년 11월 7일)부터 총회 종료일(2016년 11월 10일: IoT 간사국 결정일) 기간 중 4일 동안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을 지지하는 P-멤버(의사결정 투표권 보유국) 국가 수를 정리한 표이다.

위의 표는 한국 대표단원 개인별로 각자 친숙도가 높은 P-멤버 국가들에 대해 한국 지지 여부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한국 지지를 설득한 시도를 보여 준다. 18 개국의 P-멤버들이 투표를 하므로 적어도 10 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의 수가 첫 날에는 6 개국, 둘째 날에는 5 개국, 셋째 날에는 4 개국으로 매일 한 국가씩 줄어 가면서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은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은 EU 소속 국가이므로 자연스럽게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고, 특히 과거 영연방 소속 국가들(호주, 인도, 남아프리카 등)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한, 영국 대표단은 영국 정부로부터 반드시 IoT 간사국을 수임해 오라는 지침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이 지지해 주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며, 특히 중국은 1 년 전인 2015년에 한국과 IoT 간사국 수임을 하는데 경쟁 관계에 있었으므로 한국을 지지해 줄 의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IoT 간사국 수임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지렛대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ISO/IEC JTC1의 간사국으로써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은 대미 전략으로, 미국의 역할이 JTC1의 발전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적극 지지하지만 미국이 자국의 국익 중심으로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해 오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을 매우 껄끄럽게 여겨 왔었다. 그런데, 2014년 미국이 JTC1 산하에 Advisory Group(JAG) 신설을 시도할 때 한국이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때, 한국은 JAG 이 JTC1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으며, 미국의 JAG 신설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며 추후에 한국이 꼭 필요할 때 미국도 한국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확약 받아 놓았었다.

캐나다에게는 한국이 IoT 간사국 수임을 받을 경우, JTC1/SC41(2016 JTC1 총회에서 신설될 SC) 의장직을 캐나다가 맡아 줄 것을 제안함으로써 캐나다가 한국을 지지하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간사국은 3 년 임기(연임 가능)의 의장을 각 임기가 종료하는 시점에서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IoT 간사국 수임 당시 한국은 JTC1/SC41 의장직을 수행할 전문성을 갖춘 인적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과 캐나다는 윈윈(win-win) 협력을 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 IoT 리더십을 갖춘 전문 인력을 육성해서 한국이 IoT 간사국과 의장직 수행을 함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시점까지는 캐나다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ISO/IEC JTC1 에서는 간사국 수임 결선투표 시, 각 경쟁국에게 자국의 수임이 왜 타당한지를 발표할 기회를 준 후 P-멤버 국가들이 수임국 결정을 위한 투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한국의 간사국 수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의 당위성 설명 직후 바로 미국과 캐나다가 한국에 대한 수임 지지 발언을 하도록 준비하였다. 이 전략이 주효해서, 다른 P-멤버 국가들의 미국과 캐나다 따라 하기 지지발언으로 연이어 지게 되어, 11 개국이 한국을 지지하게 됨으로써, 반대하는 국가 없이 만장일치로 한국이 IoT 간사국을 수임하게 되었다. 만장일치 결정 후 영국 정부와 영국 대표단은 JTC1 이 자국에게는 발표 기회도 주지 않고 IoT 수임국을 결정했다고 여러 차례 강력히 항의하였으나, 미국은 한국과의 약속을 신사답게 이행해 주었다.

한국이 IoT 간사국을 수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기술 동향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해 가면서 미국과 같은 IT 강국에 주눅 들지 않고 대등하게 맞설 것은 맞서고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IT 강국들과 협력하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IoT 간사국 수임을 위해 힘을 모아 지혜롭게 노력해 주신 한국 JTC1 대표단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한국이 IoT 간사국으로서, IoT 간사국 수임 시 목표한 대로 세계 IoT 표준제정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향후 한국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하길 고대한다.

<TTA, ICT 국제 표준화 멘토링 프로그램 기고문, 2021년 8월>